[세상 읽기] 소년범 '치유의 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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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서울소년분류심사원, 2013. 8

법무부 소속 서울소년분류심사원(원장 김철호)은 법원 소년부 판사가 위탁한 19세 미만 비행청소년들을 수용·보호하는 곳입니다. 소년들은 이곳으로 보내져 한 달 정도 생활합니다. 이 기간 동안 분류심사관이 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 심리검사, 환경조사 등을 해 일종의 보고서인 ‘분류심사서’를 만듭니다. 법원은 이 심사서를 재판에서 보호처분 수위를 정할 때 심리자료로 활용합니다. 범죄와 관련된 심사원이니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창살’, 색깔은 흑백일 겁니다. 소년들은 커다란 철문을 통과해 길고 긴 복도를 지납니다. 저지른 죄만큼 분위기는 무겁기만 합니다. 그러다 이르는 곳이 사진의 장소입니다. 이곳은 심사원에 들어온 소년들을 상담하는 ‘신입반 교실’입니다. 분위기로는 예쁜 공주님이 사는 방 같습니다. 분홍색 벽지에 키티그림이 붙여져 있고, 트위티·코코몽·곰 등의 인형들로 가득합니다. 창틀에 보이는 장미꽃은 이전에 이곳에 수용되었던 소년들이 만들어 꾸민 것입니다. 처음 이 방을 본 소년들은 ‘여기가 어디지?’라며 놀란다고 합니다.

 이 방을 이렇게 예쁘게 꾸민 이유에 대해 이정화(44·여) 상담교사는 “인형이 동심을 자극하고 착한 인성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합니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장으로 재직했던 한영선 서울소년원장이 지난 2011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소년범의 경우 6.7%만이 ‘평생 지속형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1998년 심사원에 들어온 3012명에 대해 12년 동안 구속기록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298명은 청소년기나 20대 초반에 범죄를 중단한 ‘청소년기 한정형 범죄자’였다고 합니다.

 창문 너머 푸른 옷을 입은 소년들이 인형들 속에서 입소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글·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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