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경제민주화 시기·강도 조절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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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민주화의 시기와 강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 강연에서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위원장은 “불공정 행태를 규제하는 경제민주화는 경제가 어렵거나 좋거나를 가리지 않고 추진돼야 한다”면서도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경제민주화는 새로운 자금이 소요되고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시기나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이 이날 밝힌 ‘시기와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법안은 공정위의 하반기 입법과제인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와 ‘중간금융 지주회사 의무화’ ‘집단소송제 도입’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 등이다.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는 금융회사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금융 지주회사 의무화는 경영권 방어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면에서 그간 재계에서 반대해 왔다. 집단소송제와 사인의 금지청구제는 재계가 소송 남발을 우려해 온 사안이다. 사인의 금지청구제란 소비자나 하도급업체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불공정행위 금지소송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노 위원장은 또 “새 계열사를 등장시켜 신규 순환출자를 형성한다면 채권단에서 (구조조정을 위해) 결정했다 하더라도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추진 중이던 금호산업 구조조정은 실행이 어려워졌다. 산은은 자본잠식 상태인 금호산업을 살리기 위해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금호산업 기업어음(CP) 790억원을 출자전환한 후 금호터미널에 넘길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금호산업-아시아나-금호터미널-금호산업’으로 이어지는 새 순환출자가 생기게 된다. 산은 관계자는 “기존 방안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지만 최대한 새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전년보다 0.94%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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