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감축의 부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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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한미군감축제의에 따른 안보문제전반에 관해 대 정부질의를 벌여 오던 국회는 14일 그 처리방안으로 안보대책에 관한 대 정부건의안과 미국행정부 및 상하 양원에 감축반대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한다.
다른 한편으로 정 국무총리는 AP통신기자와의 단독회견에서 『우리 정부로서 미군 감축을 어떻게 3천만국민에게 설명하겠는가』고 반문하면서 『선현대화·후감군』을 역설하고, 미국이 주한미군 중 2만 명을 감축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면 현 내각은 총 사직하겠다고 언명했다한다.
이처럼 우리정부와 국회는 주한미군감축을 반대하는 강경 대책을 세우고, 그 실천을 다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 미국 측이 과연 어떤 반응음보일는지 이 시점에 있어서는 예측을 불허한다. 주한미군의 감축문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신이나 지금까지의 긴밀했던 한미관계로 보아, 양국간의 사전협의대상이 되는 것임은 추호도 의문의 개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한국과 한국민이 제아무리 완강하게 감군을 반대한다 하더라도, 미국 측이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 결국 주한미군의 감군은 불가피한 현실로 나타나기 마련일 것이다.
따라서 한국 측의 감군 반대 주장은, 미국의 조야가 한국에서 미군병력을 감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부당하며 대단히 위험스러운 곡예임을 절실히 인식하고 감군 의사를 포기하는 경우에라야만 비로소 관철될 수 있는 것인데 주한미군의 감축을 용납지 못하는 우리의 입장을 또다시 밝히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주한미군의 감축은 그것이 2만명 선에서 행해진다 하더라도 남북한간에 군사력의 불균형을 조성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최근 수년래 거듭된 북괴의 대담한 군사도발공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기본 소이는 남북간에 구사력의 균형이 잡혀있어, 북괴가 감히 이를 깨뜨린 자신을 못 같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3월 미국상원에서 「레어드」국방장관은 한국군 지상병력 중 장비현대화가 되어 있는 것은 파월작전 중인 2개 사단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한국군의현대화작업이 매우 시급한 과제임을 역설하였다. 비단 한국군의 지상병력 뿐만 아니라 해·공군의 장비 역시 노후·열세한 것이 많아 현상 그대로를 가지고서는 현대전을 수행키 곤란하다는 것은 미국정부당국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하, 미국이 한국군현대화로 남한의 무력을 보강해줌이 없이 일방적으로 감군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고 하면, 남북간에는 힘의 불균형 상태가 현저하게 조성될 것이고, 이것이 북괴의 남침야욕을 고무해 주리라는 점명약관화 한바 있다.
둘째로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공산주의의 무력침공을 저지하고있는 「현실적인 전력」인 동시에 한국에서 전이전쟁이 벌어지는 경우, 미국의 인각 참전을 유발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감군 계획을 서둘러 실천에 옮기고자 하면서도, 감군이 미국의 한국방위에 대한 책임의 감축이나 포기를 의미치 않는다고 되풀이 변명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측의 이와 같은 해명을 전적으로 불신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대폭 감축되어 상징적 병력만 남겨 놓았는데 국제공산 세력이 전면남침을 자행하는 경우, 미국이 과연 조약의무에 충실하여, 한국방위를 위해 참전할 것인가에는 적지 않은 의문이 있다 할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여론이 아시아에 있어서의 세력권정책 후퇴와 신고립주의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우리의 의문은 결코 파우로만 돌리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한국 방위에 대한 책임 부담을 백번 언약하는 것보다도 주한 미군을 실제로 감축시키지 않는 것이 한국의 안전에 대한 확고한 보장이 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시다.
끝으로 북괴가 소련으로부터 군원을 계속 받아들이면서 북평에 재접근, 중공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환기하고 싶다. 남북한이 각각 미소의 세력권 속에 잔류하고 있는한, 미소 평화공존관계의 현상유지로 보아 한반도에서 전면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북괴가 미국과 평화공존을 원하는 소련의 세력권에서 뛰쳐나와 가장 호전주의적인 중공의 품안에 안기게 되면, 바로 그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공산은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영·불·서독·일 등 자유세계주요국가의 큰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소이도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특히 강조해야할 것은 이번에 제기된 미군 감축 문제가 한미간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조금이라도 금을 가게하는 방향으로 다루어져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감군이라는 사실 자체보다도 공산주의자들을 더 이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감축협의에 임하는 당국자는 물론, 한미 양국민은 미국정부의 감군 정책이나 한국 측의 강경한 반대의사가 모두 자유국가들을 더욱 공고히 지키기 위한 방법상의 이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로 말미암아 한미간의 돈독한 혈맹관계가 조금이라도 손상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실증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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