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9)|실효의 문…금 거래 규제|배복석 <서울 법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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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쟁이 일어나면 금값이 오른다는 말은, 불안하면 안정을 구한다는 말과 같으며 이는 금이 세계적 표준 가치 물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금을 보유코자하는 의욕도 효용이 큰 동시에 가치도 높고 운반이 쉬우며 부서지지 않고 어느 나라 것이나 질이 똑같고 마음대로 처분되는 것뿐만 아니라 안정성이 크고 가장 정당하고 공정하기 때문에 세계 화폐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정부에서는 금 거래 규제법 (안)을 제정해서 금값의 안정을 기할 방침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법이 확정된다 해도 금 배제도 아니고 금불태화도 아닌 만큼 금 유입은 시인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 나라는 금 유통량과 생산량과의 비가 15t대 2t이라는 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로 인한 가격 등귀, 나아가서 금 밀수가 생기게 되는 강력한 이유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수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밀수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결국 공급 부족을 수요 제한에 의해서 목적을 달성해 보자는 안일한 생각인 것 같다. 매년의 금의 사용 통제로 보아 칫과용이나 공업용 등이 각각 7% 이상의 수요 증대로 되고 있는 한 보다 많은 양을 유입시켜야 되겠고 유입이 있는 한 밀수는 없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의 유입은 종전대로 방임하고 사용자의 제재만으로는 밀수가 근절되리라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또 절반이 금을 갖고 싶어하는 의욕이 남아 있는 한 암거래가 생기게 마련이며 보다 더 이중적인 난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또 순금을 사두고자 하는 심리나 75%의 18금을 사두고자 하는 심리나 금 보유에 대한 안정감과 의욕은 동등하다. 단지 문제없이 종래 가지고 있던 금을 이 법이 생김으로 불법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것뿐이다.
또 큰 공장이 아니라도 가공이 되는 만큼 무허가 가공업자도 염려된다. 무엇보다도 암거래가 무섭고 이는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이라는 것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이다.
일부 층의 자숙이 요청되며 재래의 모든 폐습이 일소됨으로써 금 수급의 원활을 기할 수 있는 그들의 창조적 파괴가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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