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새누리 충격· 민주당 곤혹·정의당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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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2시50분.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막을 찾아 ‘노숙 투쟁’ 이틀째인 김한길 대표를 만났다. 문 의원의 등장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한 지 28일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 문 의원에게 쏟아진 질문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 의혹’에 대한 것이었다. 문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그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른다” “대답하기가 좀 곤란하다”며 자리를 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기정사실화하며 장외투쟁을 해온 민주당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지금 통진당을 두둔하며 국정원을 비판할 경우 자칫 ‘종북 비호’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같이 장외투쟁을 벌여온 통진당을 ‘종북’이라고 공격하자니 국정원 페이스에 이끌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게 당내의 우려다.

 국정원은 전날 김한길 대표에게 이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 건을 알렸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았다.

 당의 공식 논평도 오전 11시30분이 돼서야 나왔다. 배재정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원이 국회까지 들어와 현역 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현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보며 민주당 입장을 추가로 밝힐 예정”이라고만 했다. 국정원을 완곡하게 비판하면서도 ‘색깔론’ ‘공안탄압’ 등 통진당이 주장한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통진당에서 탈당한 세력들이 만든 정의당은 “국면전환용, 물타기용 압수수색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정미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국회의원과 공당의 간부들에게 행해지는 국정원의 마구잡이식 수사는 유례가 없는 일로, 정의당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이석기 의원이 수년 동안 반국가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변장한 채 도피하고 있다니 충격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낀다”며 “국정원과 검찰은 이 사건이 국민에게 주는 충격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철저하고도 면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이번 압수수색이 국정원을 둘러싼 여야 대치국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국정원이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으리라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역풍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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