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한류 콘텐트 사업 진출 '느낌 아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이랜드그룹이 배우 이병헌과 아이돌그룹 애프터스쿨·포미닛 등을 내세워 한류 콘텐트 사업을 시작한다. 드라마 영상과 K팝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첫 작품이다. 이랜드 박성경(56·사진) 부회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 국경일 연휴가 시작되는 10월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와팝(WAPOP)’ 공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와팝은 세계·아시아와 멋진 K팝을 합쳐 만든 단어다. 박성수(60) 이랜드 회장의 여동생인 박 부회장은 ‘락(樂)사업’을 내세우며 패션·유통 중심인 이랜드의 사업 영역을 최근 호텔·유람선·테마파크 등 관광·레저·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장해 왔다.

 박 부회장은 “와팝 공연을 위해 세계 최초로 한류문화전용관을 열었다”고 밝혔다.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1800석 규모의 돔 아트홀이다. 여기에 260도 파노라마 영상 시스템을 구축했다. 첫 공연은 ‘이병헌과 함께 떠나는 아름다운 추억의 사랑 테마 여행’이다. 이병헌이 사회자 역할을 맡아 홀로그램 영상 형태로 내레이션을 하고, 마치 기차 여행을 하는 듯한 서사구조로 공연이 진행된다. 겨울연가·아이리스·해를 품은 달 등 한류 드라마별로 기차역이 구성되고 드라마 동영상이 사랑이라는 스토리에 맞게 펼쳐진다. 중간중간 비스트·카라 등 K팝 스타 4~5팀이 라이브 공연을 한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공연이 진행된다.

 박 부회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연간 1100만 명인데 정작 한류 문화를 경험할 공간이 없어 아쉽다는 뒷얘기가 많아 3년 전부터 한류 콘텐트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K팝 공연을 기획했으나 실제 한국을 많이 찾는 30~40대 관광객은 드라마를 더 선호한다는 분석에 따라 복합 공연을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와팝 내레이션을 맡은 이병헌을 비롯해 애프터스쿨·포미닛·씨스타·달샤벳 등 와팝에 출연할 예정인 K팝 스타들이 참석했다. 박 부회장은 “출연할 스타를 섭외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가수들을 이용해 이랜드 고객을 모으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스타들의 몸값이 비싸기 때문에 수익 내기가 쉽지 않은 것도 고민거리다. 박 부회장은 “아직 사업이 시작되지 않은 단계라 정확한 투자 규모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당장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기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불러모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가져오는 ‘이랜드식 사회 기여 모델’로 봐달라”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태양의 서커스’처럼 와팝 공연 자체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상품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호텔·쇼핑몰 등 기존 이랜드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는 “올해 초부터 홍콩·대만·일본 등의 유통그룹 VIP 고객 유치에 직접 나서 초기 공연은 이미 예약이 거의 완료됐다”며 “2015년까지 와팝 공연으로 신규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구희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