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당첨금 1억 복지시설에 기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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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욕심이요? 그런 거 없습니다. 어차피 재활원을 돌보는 재미에 사는데요."

'로또 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 복권 당첨자가 당첨금 1억원을 고스란히 사회복지시설에 내놨다. 부산에서 제지사업을 하는 강도상(姜道湘.42)씨가 바로 선행의 주인공.

姜씨는 지난 1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즉석 온라인 복권 '천사복권' 1만원어치 10장을 샀지만 당첨 여부를 확인하진 않았다. 마우스 포인터를 복권 위에 놓기만 하면 확인이 가능했는데 깜빡한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姜씨는 공동모금회로부터 "10장 중 1장이 1등에 당첨됐으니 1억원을 받아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바라지도 않았던 행운이었다. 남들 같으면 해외여행부터 주식투자까지 여러 가지 궁리에 마음이 바빴겠지만 姜씨는 차분했다. 당첨금 수령일인 21일 姜씨는 경남 의령군에 있는 장애인 보호시설 '사랑의 공동체 재활원'을 찾아 당첨금 전액을 내놓겠다는 서약서를 전달했다.

姜씨는 벌써 10여년째 이 재활원에 수입의 대부분을 내놓고 있다. 대학 때 시위를 하다 정신질환을 얻은 동생을 돌봐준 것이 계기가 됐다.

姜씨는 요즘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재활원 돕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이에 따라 姜씨의 친구 11명도 매달 돈을 모아 재활원을 돕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姜씨는 최근 사재를 털어 구입한 대지 1만여평에 '쉼터 관광농원'을 조성 중이다.

여기서 자원봉사자들의 인력을 활용, 농작물을 생산해 재활원 운영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다. 농원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통해 얻는 수입도 내놓기로 했다.

이런 姜씨이기에 "1억원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아도 재활원을 옮겨야 한다고 해 걱정이 많았는데 복권에 당첨돼 한시름 덜게 됐다"고만 했다. 모금회 관계자는 "당첨금 전액을 기부한 것도 당첨자로서 처음이지만 당첨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힌 것도 姜씨가 처음"이라며 신기해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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