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종경·최천식, 입심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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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벽' 이종경(42.경기대 교수)과 '코트의 귀공자' 최천식(39.개인사업).

1980년대 중반~90년대 초반, 한국 배구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낯익은 두 사람이 배구 코트에 돌아왔다. 다만 이들 두 사람 손에는 백구(白球)가 아닌 마이크가 들려 있었다. 20일 이교수가 배구 수퍼리그 TV중계 해설자로 나선데 이어 21일에는 최씨가 바통을 이어받아 해설을 했다.

배구코트가 낯설지 않음에도 이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중계석에 앉았다. 정식 해설자가 아니라 필드 테스트를 받는 해설위원 후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스튜디오 테스트를 거친 이들은 20, 21일 경기에서 '입심 경쟁'을 벌여 팬들에게 더 어필하는 사람이 해설위원 직함을 받게 된다.

선수 시절 두 사람은 대표팀에서 5년간 한솥밥을 먹기도 했지만 실업무대에서는 서로 상대 공격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교수는 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 최씨는 대한항공 등 실업 라이벌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센터였지만 대표팀에서는 후배인 최씨가 이교수에게 밀려 레프트로 뛰었다.

이교수는 한국 최초의 2m대 센터로 고교(경북사대부고)시절 거센 스카우트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이교수는 선수 시절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불운의 스타'로 불리기도 했지만, '움직이는 벽'이라는 별명처럼 철벽 브로킹은 물론, 센터로서는 드물게 호쾌한 후위공격까지 구사했다. 91년 은퇴한 이교수는 이후 배구 국가대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현재 경기대에 재직 중이다.

최씨는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까지 '오빠부대'을 몰고다녔던 최고 인기스타였다. 잘 생긴 얼굴 덕분에 '코트의 귀공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씨는 이교수와는 달리 37세까지 20년 가까이 현역으로 뛰다가 2001년에 은퇴했다. 이후 대한항공 감독대행을 거쳤고, 현재는 고향인 인천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필드테스트를 지켜본 KBS 노지영PD는 "대구 사투리를 섞어 말하는 이교수가 조금 불리한 점이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조리있는 해설과 순간순간 상황을 읽어내는 순발력"이라며 "더 많은 팬들에게 어필하는 사람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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