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감사원, 양건 사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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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 파동은 궤도를 이탈한 감사원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러 사연이 있는 듯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추상(秋霜)같은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한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선에 신중을 기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인물을 골라야 한다. 새 원장은 정권보다는 국가를 위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흐트러진 감사원 기강을 바로 세워 감사원이 궤도에 올라서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캠프와 인수위 출신인 장훈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하려 하자 양 원장이 ‘독립성’을 거론하며 반발했으며 이것이 사퇴의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감사위원은 감사위원회의 일원으로 감사결과를 최종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한 요건이다. 청와대는 장 교수가 인수위 시절 감사원 개혁을 다루었던 만큼 전문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독립성 논란을 넘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과거 ‘보은 인사’ 사례도 있었다.

 오히려 핵심문제는 감사원의 4대 강 감사파동 후유증으로 봐야 한다. 이명박 정권 기간인 2011년 1월 감사원은 4대 강 사업이 별문제가 없으며 홍수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그런데 대선 이후엔 시각이 달라졌다. 지난 1월엔 보(洑)의 안전성을 과도하게 문제 삼았다. 특히 지난 7월 3차 감사에서는 4대 강 개발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었다’고 지적해 논란을 빚었다. 대운하 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뒷받침하는 문건이 있다고 주장하나 중요한 건 현실이다. 낙동강에 가서 보와 다리들을 보면 이것을 심각하게 개조해 대운하를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양 원장은 3차 감사가 4대 강 사업 담합비리를 넘어 ‘대운하’ 문제에까지 이르자 난감해했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감사원 내부에서조차 ‘감사의 정치성 논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셈이다. 양 원장은 직접 낙동강에 가서 보고 감사원의 잘못된 감사결과를 바로잡았어야 했다. 그 정도 강기(剛氣)가 없으면 감사원장의 자격이 없다.

 양 원장은 이명박 정권 때 임명된 사람이다. 그래서 감사결과와 관련해 이명박 그룹으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은 이유 있는 것이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구지만 기능과 역할은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업이 진행되는 정권 기간 중 독립적인 감사를 통해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 4대 강 감사처럼 정권이 바뀌자 과도하게 칼을 휘두른다면 정상적인 감사원이 아니다.

 감사원은 원장과 조직 모두가 독립과 공정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해야 한다. 양건 자신은 이런 부분에 노력했다고 하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떠나는 사람의 뒤에서 새살이 돋아나야 한다. 그는 감사원의 기강부터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