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소아 비만 치료의 시작은 자존감 회복부터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으로 치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의 대다수가 심리치료를 병행한다. 소아비만 치료에서 주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중독의 무리화를 해체시키는 것인데 궁극적인 중독의 무리화 해체는 그 중독적 기제를 이겨낼수 있는 자존감과 자신감의 회복이다.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고양시키는데는 고도의 심리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독의 무리화란 하나에 중독된 사람들은 다른 것에도 중독되기 쉽다는 것, 즉 하나의 중독적 기제가 다른 중독적 기제들을 무리지어 그 사람에게서 발현시킨다는 것이다. 즉 TV를 과도하게 많이 보는 아동은 인스턴트 음식 탐닉에 빠지기 쉬우며 성인으로 가는 시기에 술이나 담배같은 물질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독의 무리화 현상

이것은 중독적인 행위의 같은 회로 공유 이론에서 나온다. 즉 TV중독이나 인터넷중독과 같은 ‘몸 안쓰기’ 행위의 쾌락적 만족감은 탄수화물이나 약물 중독과 같은 회로를 타고 전달되는 것이다. 이것의 증거는 ‘비만인과 약물 중독자의 대뇌 도파민 신경회로의 전달양상이 같다’는 뇌사진에서 증명된다. 특히 소아비만으로 인해 자신의 외모나 신체적 능력에 대해 낮은 자존감을 가진 아동들은 음식중독을 비롯한 유해물질의 탐닉에 쉽게 빠진다. 낮은 자존감은 외부의 모든 자극과 일상 생활의 관계들에서도 긴장감과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인체는 일정시점까지 이러한 긴장상태를 버틸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한계에 도달하면 심신이 불유쾌한 과스트레스 상태에 도달한다. 과스트레스는 반대급부로 탈출구를 찾고 그 보상으로 대뇌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해줄수 있는 인스턴트음식, 게임, 스마트폰, 친구들과의 과도한 어울림, 문제 동영상 등에 집착하게 만든다. 중독적 기제들은 의존과 내성으로 점점 더 해당물질에 탐닉하게 만들어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확대 재생산한다. 비만 아동이 점점 더 비만해지고 게임 중독 아동이 점점 더 게임에 빠지는 이유이다.

특히 기후환경의 온난화, 활동성을 저하시키는 문명의 이기들의 범람, 감각적인 볼거리들의 증가 등의 조건은 생각을 줄이는 건전한 신체 활동보다는 생각을 증폭시키는 두뇌 탐닉 활동을 많게 하여 더 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회 환경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소아 비만 아동을 치료할 때는 먹기와 몸쓰기의 재구성을 통한 올바른 칼로리 치료 접근법 못지 않게 여타의 중독적 기제들을 감소시켜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중독 성향을 간접적으로 완화시키는 중독 무리 해체화 작업이 필요하다.

중독 무리 해체화 작업
1. 중독의 만족 속성은 ‘빠르게, 더 많이’ 이므로 중독적 기제 실행시 천천히 조금 덜 만족하기를 연습한다. 음식 천천히 꼭꼭 씹어먹기나 TV 시청 시간 10분씩 줄여나가기를 실천한다.
2. 정보휴일을 정하여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인터넷이나 SNS, 스마트폰을 끊는다.
3. 책읽는 시간을 늘린다. 독서는 능동적 머리쓰기로 쾌락적 머리쓰기에 대한 방어기제 역할을 한다. 지금보다 책읽는 시간을 하루 30분이라도 늘린다
4. 친구들과 놀이하는 시간을 늘린다. 친구들과의 놀이는 최고의 몸쓰기이자 항중독제이다. 농구,축구 등 또래들과 함께 몸을 쓸수 있는 시간을 늘려라
5. 중독적 기제에 대한 제한 요법을 실시할 때는 아이의 동의하에, 기간을 정해놓고, 명확하게 단호하게 실시하며 토를 달아 아이가 구실을 댈 근거를 주지 않도록 한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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