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후반기 1등, 16년 만이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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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봉중근(오른쪽)이 20일 넥센전 5-3 승리를 지켜낸 뒤 동료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뉴시스]

LG가 프로야구 1위에 올랐다. LG발 신바람이 프로야구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LG는 20일 목동 원정에서 넥센을 5-3으로 꺾고 프로야구 순위표 맨 위로 올라갔다. 이날 SK에 4-8로 진 삼성을 1경기 차 2위로 밀어내고 자리를 맞바꿨다. LG가 후반기 1위에 오른 것은 1997년 7월 16일 이후 5879일, 햇수로는 16년 만이다. 8월 1위는 1995년 이후 처음이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LG가 가을야구를 넘어 정규시즌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18일 군산 KIA전에서 4-7로 역전패해 1위 등극에 실패한 LG는 다시 찾아온 기회를 안 놓쳤다. LG는 5-3으로 앞선 8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넥센 대타 송지만을 1루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고 승리를 지켰다. 봉중근은 31세이브로 넥센 손승락을 제치고 부문 단독 1위에 올라 겹경사를 누렸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LG가 이 정도로 잘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해 7위 LG는 삼성에서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 구원 투수 정현욱을 데려온 것을 빼면 딱히 전력 보강이 없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LG의 순위를 4위 밖으로 내다봤다.

 LG는 시즌 초반 고전했다. 5월에는 14승20패로 7위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주장 이병규와 이진영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팀에 힘이 붙었다. 우규민과 신정락 등 토종 선발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한 LG는 6월부터 쭉 치고 나갔다. 6월 16승5패, 7월 10승6패, 8월 11승5패를 기록했다. 결국 6월 중순부터 1위에 올라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던 삼성까지 뒤로 밀어냈다.

 김기태 LG 감독은 올 시즌 LG의 달라진 점에 대해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LG는 시즌 초반 반짝하다가도 중반부터 떨어지는 고질을 안고 있었다. 연패에 빠지기라도 하면 “또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런 부담감은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선수들이 찬스가 와도 살리지 못할까 봐 불안해했지만 이제는 찬스를 즐길 줄 안다”고 말했다.

 LG는 59승 중 역전승이 25승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평균자책점 1위(3.69)의 투수력과 팀타율 2위(0.286)의 타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질 것 같지 않은 힘을 뿜어내고 있다. 이날 넥센전에서는 2사 뒤에만 4점을 뽑는 타자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선발 투수 신정락은 5와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거뒀다.

 대전에서는 롯데가 한화를 4-0으로 물리치고 3연승해 4위 넥센과 승차를 1.5경기로 좁혀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살렸다. NC는 난타전 끝에 두산에 8-6 승리를 거두고 40승 고지를 밟았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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