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백성 스스로 건강 돌보게' 허준 선생 뜻 받들어 쉽게 그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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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허준의 후손, 허영만(사진)이 그려서 『허허 동의보감』(시루출판사)이다. 양천 허(許)씨 31대 손인 허영만(65) 화백이 20대 손인 허준(1539~1615) 선생의 『동의보감』을 만화로 재탄생시켰다. 『식객』 『타짜』 『각시탈』 등으로 한국만화계를 떠받쳐온 그다.

 『허허 동의보감』은 지난 4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것을 이번에 단행본으로 묶었다. 5년 안에 20권 완간이 목표다. 20일 만난 허 화백은 “한 집안 사람이니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며 즐거워했다. 때마침 올해는 『동의보감』이 처음 발간된 지 400년이 되는 해다.

 그가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깨통증 때문이다. 40여 년간 팔을 올리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고질적인 통증에 시달렸는데,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좋아지면서 『동의보감』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됐다. ‘죽을래 살래?’라는 부제가 붙은 1권은 원전의 체계에 따라 ‘내경편(內景篇)’ 중 신형(身形)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병들지 않고 오래 사는 법이 핵심이다.

 “『동의보감』 편찬 목적에 ‘돈 없고 힘없는 백성이 자신의 병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로 쉽게 처방할 수 있게 하자’라고 쓰여 있어요. 그래서 나도 독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의학상식을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바둑을 두는 허준(왼쪽)과 허영만 화백.

  꼼꼼한 취재로 유명한 허 화백은 2년 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세 명의 한의사에게 과외를 받고 있다. 또 약초 공부를 하려고 산행을 떠나기도 했다. 심마니와 산에 올랐다가 입산 첫날 산삼을 캐는 일도 있었다. 이런 현장경험은 취재후기 형식으로 책 말미에 실렸다.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도 돌보게 됐다. 특히 예방법인 양생법(養生法)을 실천하려고 아침에 일어나 이불로 몸을 싸고 침을 모아 양치질 하듯 입안을 가신다. 그는 “양생법을 하고 있으면 아내가 옆에서 ‘혼자 오래 살려고 그런다’며 굉장히 비난한다”라며 웃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그림체가 특징이다. 사실에 입각해 그린 『식객』과 달리 전체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그릴 수 있어 더 쉽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나이가 들고 보니 데생을 잘하는 것보다 재미있게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한 듯 해요. 『허허 동의보감』처럼만 그리면 젓가락 들 힘만 있어도 계속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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