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하면 끝장" 으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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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야당은 오래 별러왔던 국회에서의 질문 공세에 마가 겹치자 초조해졌다.
7일간으로 한정된 질문날짜는 이 의장 봉변사건으로 하루를 허송한데다 15일에는 『간단명료하게 30분 이내에서 그치라』는 총무단의 지시를 어기고 김재광 의원이 2시간 반을 끌어 다른 의원들의 질문이 좌절됐고 또 정 총리에 이어 최규하 외무와 정내혁 국방이 국제 회의 참석 등을 위해 16일 하오 출발했다.
이래서 총무단은 당초 예정표를 대폭 바꾸고 1일 2문제로 변경, 16일엔 와우 아파트 사건 질의 계속과 안보문제, 18일에 김응주 의원의 호화주택과 김수한 의원 등의 JAL기 사건, 19일엔 경제문제와 정 여인 사건(김상현 의원), 20일엔 학원 자유문제 등을 따질 계획인대 정해영 총무는 『자칫하면 시간이 없어 정 여인 사건이 날아가 버리겠다』고 비명.
그런데도 또 16일에는 공화당의원들과 장관들이 5·16기념 행사에 나가는 통에 1시간이나 기다려서야 가까스로 성원.
공화당 총무단은 본회의의성원문제를 미리 걱정해서 15일 김진만 총무가 『꼭 필요한 사람만 행사에 나가고 그 외에는 본회의에 출석토록 하자』고 했는데 서상린 부총무는 『혁명을 한 사람들이 기념행사에 나가겠다는 것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반대하여 흐지부지 됐던 것.
신민당은 『오늘은 공화당 사정으로 개회시간이 늦은 만큼 본 회의를 오후까지 연장하자』면서 김은하 부총무는 점심준비를 하라고….
15일의 국무회의는 고속도로에 관한 법안을 부결도 가결도 아닌 색다른 방법으로 어물어물 넘겨놨다.
고속도로를 일반도로와 분리해서 건설부가 관리토록 한 법안을 이한림 건설이 제안하자, 박경원 내무는 『고속도로 건설에 지방민이 많이 협조했으니 수입 중 1할쯤은 지방 예산에 보태야 한다.』고 주장했고, 길재호 무임소장관도 『일반국도는 지금까지 구간을 정해 그 지방 사람들 부담으로 유지해왔는데 그것도 건설부가 떠맡아 예산을 감당해 낼 수 있겠느냐』고. 이래서 처리가 어렵게되자 회의를 주재했던 김학렬 부총리는 『이 문제는 기획원, 건설, 체신, 총무, 법제처 5부 회의에서 더 검토해서 거기서 부결되면 부결로, 가결되면 국무회의에 다시올 리는 「조건부가결」로 합시다』면서 땅땅땅….
송원영 의원 징계문제는 흐지부지되는 듯하면서도 공화당은 표면적으로는 『제명 방침에서 후퇴할 수 없다』는 강경 태도.
신민당에서도 『지금은 참고 있지만…』이라면서도 정일형 의원 같은 이는 『만일 송 의원에 대한 제명이 있게되면 야당 의원들은 의원직을 총 사퇴해야할 것』이라 했고, 김수한·이기택 의원 등도 『공화당이 본인의 자숙을 고려하여 이 이상 문제삼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만일 제명을 들고 나오면 7대 국회는 끝장이 나고 말 것』이라고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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