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대첩작전…캄 진격|속셈은 성역제거가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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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닉슨」대통령이 이번「캄보디아」작전을「인명을 구하고 공산군의 공격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는 TV연세에서 정보관계자들이「캄보디아」국경에 대규모의 적군사 시설이 있는 것처럼 얘기했으나 월남에 와 있는 미 정보원들은 오히려 금시초문이었던 것이다.
진격군의 사령부가 있는 국경지방의「고도하」에서「뉴요크· 타임즈」특파원「제임즈·스터바」는「닉슨」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에 『무척 당혹을 느꼈다』고 보도해 왔다.
「스터바」는 미 정보기관과 접촉해 본 결과『적군의 활동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는 몹시 저조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5월께에 있으리라고 예상되던 공산군의 공세도 무사히 넘어갈 것 같은 징조까지 보였다고「스터바」기자는 보도했다.
이번 공격의 목적은 단순히 『거창한 승리』를 한번 거둬보자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사실 「캄보디아」진격 계획은 지난 연말 때부터 미-월 장성간에 논의되어 왔던 것이다.
한 월남장성은 그때『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국민들이 우리를 신임토록 할 수 있는 거창한 승리』라고 털어놨다.「닉슨」이 내세운『「캄보디아」안의 공산군 사령부를 때려부수는』일은 그럴 듯한 구실이긴 하지만 이번 작전의 목적은 아니다.「벙커」의 파괴란 도시 군사적 의미가 없는 일이며 설사「베트콩」지도자들을 생포한다 해도 문제만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또 미-월 양국은 이들이 그저 명목상의「지도자」일 따름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진짜 목적은 다른데 있다. 미군 지휘관들은「베트민」이 마지막판에서 장땡을 잡은 것처럼「디엔비엔푸」승리를 거뒀듯이 이번에는 이쪽에서 그런「엄청난 승리」를 거뒀으면 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오지마」전승과「별지」대첩에 월남대승의 기념비각을 미군전사에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닉슨」의 진격결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상당히 흥미 있는 일이다. 4월20일에 15만 명의 주월 미군 철수를 발표하고 1주일만인 27일에「캄보디아」진격을 결정했다면(NYT보도 철군결정과 진격 사이에 무슨 함수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닉슨」의 철군발표는 군부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았으며『「캄보디아」상태가 분명해질 때까지 유보하도록』권고 받아왔었다. 이러한 군부의 신청과 타협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철수 전에 한방 먹여 놓자』는 것으로 낙착된 것이다.
여기에는「레어드」국방장관 등 많은 사람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비교적 「신중한」편으로 알려진「에이브럼즈」주월 미군 사령관과「벙커」대사가 『한방 먹이는데』동조하자 결말이 나버렸다.
「닉슨」대통령의 의도야 어쨌든 간에 이번 결정은 월남군의 해결이 『군사적 승리의 기초 위에서만』가능하다는 군부주장에 쫓아간 것이 되었다 이른바「월남화 정책」과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시 된다.
지난 수년간 공산군은 확실히 약화되었다. 이들이 성역으로 잠적하자 보급로만 차단하면 이들을 질식시킬 수 있다고 추정한 것은 당연 한지도 모른다. 더구나 세계 전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최 장비의 제1공수기갑사단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참으로 커다란 유혹이었을 것이다.「캄보디아」진군의 선두를 맡았던 미 제1공수기갑사단은 4백대의「헬리콥터」와 막강의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디엔비에르」식 승리를 거두기 위해「케산」과「아샤우」계곡에서 작전을 벌였다가 번번이 실패했었다.
「야샤우」전문에서는 수일간에 1백40대의「헬리콥터」를 잃어버리는 망신을 당했던 것이다. 미군 관계자들이『이번에야말로』라고 벼르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더욱 곤란했던 것은 공산 측이었다. 모택동의 전략을 버리고 이 세계 최 강군과 맞 부닥칠 것인가 아니면 미약한「히트·앤·런」을 계속하면서 북으로 도망할 것인가-. 어느 쪽도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못 되는 것은 분명했다.
「닉슨」이『압도적 승리』라는 간판을 앞세워 미 국민을 무마하고 공산측에 협상을 촉구할 가능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NYT 정치평론가「제임즈·레스턴」의 다음 얘기는 참으로 의미 심장한 것이다.『문제의 핵심은「캄보디아」의 성역이 아니라 월맹·중공에 있다. 「캄보디아」진격이 TV「쇼」로는 효과적이겠지만 국제정치에 임하는 미 대통령의 조치로서는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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