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의 색다른 도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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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호 25면

“오, 스텔라! 우리가 하나님을 닮으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허세와 가식으로 똘똘 뭉친 이 속물덩어리 여인네의 바람이 진정 하나님을 닮는 일이었을까. 테네시 윌리엄스에게 ‘20세기 최고 극작가’의 타이틀을 안겨준 걸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로 다시 태어났다. 연극의 탈현실주의적 낭만을 표방해온 연희단거리패가 예외적으로 도전한 리얼리즘 연극이기에 더욱 주목되는 작품이다. 지난해 대학로 초연 시 최고의 화제작으로 연장공연까지 진행했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8월 13일~ 9월 1일 명동예술극장, 문의 1644-2003

몰락한 미국 남부 지주가문 출신으로 과거의 환상으로 욕망을 포장하고 사는 블랑시, 하층민과 결혼해 현실에 밀착한 삶을 사는 동생 스텔라, 그녀들 사이에서 동물적 본능과 욕망의 상징으로 작용하는 스탠리. 세 주인공의 대사와 행동이 부와 젊음, 꿈과 사랑을 잃고도 끝없이 욕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서글픈 초상을 일깨운다. 흑백영화 속 비비언 리와 말런 브랜도의 연기에 뒤지지 않는 김소희와 이승헌, 두 중견 연극배우의 파워가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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