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매연의 요인 저질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달리는 굴뚝이란 말이 생겨나올 만큼 도시는 매연에 휩싸이게 되었다. 디젤·엔진버스가 고개를 터덕거리고 오르내릴 때 시커먼 매연은 도시민의 건강을 갈수록 멍들게 하고 있는 것.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자체의 인상도 불결하게 한다. 이런 매연은 노후차량의 내연기관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곁들여 기름의 저질, 어물어물하는 교통행정당국의 눈가림 때문에도 악화된 원인이 있다.
서울시내를 달리는 버스 3천2백대 중 70%가 디젤·엔진을 장치하고 있다.
디젤·엔진 차량과 개설린·엔진 차량의 매연 분출비율은 11·3% 대47·3%로 디젤이 압도적으로 짙은 농도의 매연을 뿜고있었다.
이것은 기관이 낡은데도 원인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디젤유의 생산 과정에서 많은 유황성분이 남은 채 판매되는데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공장은 중동지역의 원유를 수입, 가공하고 있다. 이 원유는 세계에서 유황성분을 가장 많이 함유한 이른바 저질원유.
유황함유량은 무게비율로 표시하고 있다. 중동 원유는 유황함유량이 2·45%로 세계 최고이다. 북미산은 0·80%로 아주 적고 브루네이 등 남태평양 지방산 원유는1·61%, 따라서 우리 나라는 값싼 중동원유를 사들여 경유하고 있어서 자연 유황함유량이 높고 아황산 개스가 배기량을 높게 하고 있는 것.
국내에서 경유하고 난 다음의 KS기준으로는 유황함유허용비율을 휘발유는0·25%이하, 디젤유는 1·0%, 경질중유 2·0%, 벙커C유는 4·5%로 하도록 표시하고 있으나 현재의 생산품은 경질유 3·0, 벙커C유 4·0%로 되어 있어서 전 유황함유량의 85%가 경질중유와 벙커C유에 들어있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1·0%로 된 디젤의 경우는 외국보다 월등히 높아 보사부는 KS규격조정안을 마련, 휘발유 0·2%, 디젤유 0·5%, 경질중유 2·0%, 벙커C유 2·5%로 유황분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경유공장측은 이에 대한 개선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공해기름을 생산하고있다.
외국의 탈황기준은 휘발유 0·09%, 디젤 0·5%, 경질유 1·0%, 벙커C유 0·3∼3·0%(단 도시연료용)이다. 이에 비해 국내 생산기준이 얼마나 저질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기름을 사용하는 디젤이 차량의 배기 농도는 산소 2·62%, 이산화질소 2·09%, 포름알데히드 2·35%, 아황산 개스 4·69%, 이산화탄소 0·57%, 일산화탄소 0·15%, 암모니아 0·63%. 이것은 개설린 기관의 배기 개스에 비해 이산화질소와 포름알데히드는 2배, 특히 아황산 개스는 5배나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이다.
이것에 비교하면 개설린·엔진 은 이산화탄소가 2배, 일산화탄소는 7배, 암모니아는 2배의 농도인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개설린보다 5배나 높은 아황산 개스의 양이다.
69년도 한해 동안의 원유처리량은 5천5배만 배럴. 이중 유황 함유량 2·54%를 계산하면 무려 2백30만 배럴이고 이 가운데서 20%가 완전 제거되고 80%가 잔류했다 치면 1백4만 배럴의 유황이 타면서 길거리에 아황산 개스를 뿜은 셈이 된다. 매연 분출량을 차종별로 구분해보면 코로나가 40·0%, 지프가 4·9%, 디젤·버스가 47%, 휘발유사용 버스가 11·3%로 나타나 코로나의 매연과 디젤·엔진이 지극히 높다.
결과적으로 도시 대중 교통수단인 디젤·엔진은 대기 오염도를 높이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밖의 오염요인으로서 당국의 빈번한 연료정책의 변동을 들 수 있다.
운수행정당국은 정유공장이 건설되기 전인 62년께는 상공부의 연료정책에 따라 버스는 디젤·엔진으로 바꾸어 디젤유를 쓰도록 장려, 서울에서만 3천대의 디젤·버스를 꾸며 놓았다.
최근에 개설린이 생산되자 운수행정 당국은 디젤·버스를 개설린 기관으로 바꾸도록 권하고 있으나 이번에는 업자들이 협조를 꺼리고있다.
서울시 당국의 통계로는 버스는 개설린을 사용하는 것보다 디젤·엔진을 사용할 때 하루평균 2천원 이상의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운수행정당국이 어물어물하는 사이 대도시의 버스는 거의 모두 디젤·엔진으로 바꾸어 놓아 이제는 엔진 자체를 휘발유 엔진으로 갈아 끼우는데도 어려운 상태로 악화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달리는 굴뚝은 늘고 도시는 매연의 안개 속에 덮이게 되었다.
모르모트에게 4주 동안 매연을 쐰 결과 폐렴을 일으키는 율이 높다는 것으로 나타나 매연의 안개 속에서 생활하는 도시인의 건강은 비록 만성적으로 자각증상이 없다고 할지라도 얼마나 호흡기질환에 장애를 주고 있는가를 보건당국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강력한 정책으로 도심을 달리는 버스에 디젤·엔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할 때가 닥쳤다. 당국이 이상 방치하는 것은 시민의 건강을 해치는 것을 가만히 두고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김경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