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정부는 가짜였다-30년만에 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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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논픽션·스토리(실화소설)라는 것은 얼마만큼 진짜일까? 이런 종류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들 때마다 이야기의 진위를 둘러싼 논쟁이 으례 뒤따랐지만 최근 선데이·타임지는 아주 쇼킹한 비밀을 폭로했다.
약30년 전에 출판되어 실화소설의 비조라고 까지 불렸던 『나는 히틀러의 정부였다』라는 책이 사실은 2명의 신문기자가 적당히 꾸며 쓴 엉터리라는 것이다.
이 책을 출판해서 졸부가 되었던 존·롱씨 마저 지금까지 깜빡 속았을 정도로 이야기는 진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30년만에 밝혀진 이 엉터리논픽션의 저작 경위는 대략 다음과 같다.
선데이·레퍼리 지의 기자로 있던 로널드·콜리에와 존은 전에 히틀러의 가정부로 일한 적이 있는 어느 여자를 인터뷰했다. 그러나 이들이 그녀를 만났을 때는 이미 선데이·레퍼리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뒤였으므로 써먹을 수가 없게되었다.
게다가 그 가정부의 얘기는 전혀 평범한 것이어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것이라고는 없었다. 그러나 히틀러에 관한 얘기라면 적당히 거짓말을 섞어 써도 폭로될 위험이 없으며 오히려 거짓말이 심할수록 『재미있게 될 것』이라는데 둘은 착안했다.
콜리에와 존이 탈고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주일.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위작에 필요한 히틀러 주변의 얘깃거리는 신문사의 도서실과 조사부에서 얼마든지 발굴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쉽사리 끝나지는 않았다. 자기들의 위작에 진실감을 주기 위해서는 히틀러의 정부로 등장시킨 폴린·콜라의 사진을 책머리에 싣지 않을 수 없기 때문. 더구나 이 책의 형식은 폴린·콜라의 수기체로 쓰여져 있으므로 사진을 빼놓을 만한 구실을 붙일 수조차 없는 형편이다.
인세를 받아서 일약 거부가 되어보려던 이들의 꿈이 깨어지는가 싶었을 때 묘한 처방을 가진 구세주가 나타났다. 선데이·레퍼리 지에 함께 근무했던 사진부장이 몽타지의 기교를 발휘, 클레오파트라에 필적할만한 미녀의 사진을 만들어 낸 것이다.
결국 신문스크랩에서 수집한 자료와 몽타지사진 한 장만으로 이들은 거액의 돈을 번 셈이었다. 콜리에와 존은 이 원고 뭉치와 『세상에 출생한 적도 없는』미녀의 사진을 세 사람의 출판브로커에게 팔아 넘겼고 선데이·그라픽 지는 이이야기를 연재하여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리고 이것이 단행본으로 나오자 당장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이다. <선데이·타임즈=독점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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