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러더 쓰레기통 … 행인 폰정보 무차별 수집 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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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거리의 쓰레기통이 행인의 스마트폰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세상이다.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인근 인도에서 쓰레기통(사진)이 일주일 새 수십만 개의 스마트폰 고유번호를 알아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시민들이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자 행정 당국이 12일 이를 금지시켰다.

 영국 광고회사 리뉴는 지난해 런던 동부의 금융산업 밀집 지역인 시티에 길거리 쓰레기통 200개를 새로 설치했다. 1m30㎝ 높이의 직육면체로 옆면에 액정표시장치(LCD)가 붙어 있다. 이를 통해 광고를 할 수 있어 ‘스마트 쓰레기통’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민들은 깔끔한 신형 쓰레기통으로만 여겼다. 그런데 이 회사가 최근 쓰레기통에 달린 무선 인터넷 접속(Wi-Fi) 기능을 통해 행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제조사와 고유 정보 등을 캐내왔음이 밝혀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리뉴가 행인이 쓰레기통 앞을 지나갈 때 그의 소비 특징을 고려한 ‘맞춤형 광고’를 하려 한 것으로 추정했다. 톰 크루즈 주연의 공상과학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사람들이 광고판을 지나갈 때마다 각자의 개인 정보에 따라 광고 내용이 바뀌는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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