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맞춰 가는 곳 아닌 성장하는 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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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만났던 김경훈 대표. 그는 세계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Jump)’의 제작자다. 그는 서울예술대 광고창작학과를 졸업했다. 그에게 전문대학을 지원했던 이유를 묻자 “우선 내가 즐겁고, 원하는 분야를 배울 수 있어 나만의 칼날을 세울 수 있는 곳이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이젠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대학 관련 단체에서 일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전문대학은 고교 때 학업성취도가 낮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 아닌가요”다. 물론 그런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요즘엔 수험생들이 스스로 우뚝 서고 싶은 분야와 관련해 체계적인 교육과 현장 실습을 받고 싶어 전문대학에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대학이 ‘Best1’이 아니라 ‘Unique1’이 되려는 학생들이 도전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교육 현장을 찾아가보면 신나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끼가 넘쳐나는 모습이 확실히 눈에 띈다.

 이에 발맞춰 지난 6월 10일 교육부는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크게 5가지로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육성 ▶전문대학 수업연한·학위과정 다양화 ▶산업기술명장대학원 설치 및 육성 ▶평생직업교육대학 지원 확대 ▶세계로 프로젝트 추진 등이다. 그 목표의 핵심은 전문대학이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도록 고등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이제까지 전문대학은 고교와 4년제 대학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전문대학은 수험생·학부모와 직업교육에 관심 있는 국민에게 영양가 많고 맛있는 기호식품으로서의 샌드위치가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이젠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자신이 신명을 다해 잘 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라”고. 이제 전문대학은 더 이상 성적에 맞춰 진학하는 곳이 아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분야를 찾고 크게 성장하는 요람이다. 이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역할이다.

방성용 한국전문대교협 기획조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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