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의 일부철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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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상원에서는 9일 주한미군이 일부 철수 주장이 제기되어 이목을 끌었다. 민주당의 「타이딩스」의원은 한국은 「괌·독트린」을 즉각 적용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의 본보기라고 강조하고, 주한미군 2개 사단 중 l개 사단의 철수는 ①미국이 다시 「아시아」의 지상전에 개입할 위험을 줄이고 ②주한미군의 인명피해를 막고 ③연간 약 2억 5천만불의 경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④한국이 우방 미국이나 자국 안보를 해치지 않을 만큼 성장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타이딩스」의원의 주장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정치 정세 안정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이 『미 공군의 지원만 계속되면 』북괴의 어떠한 침략 위협에도 대처할 만한 병력과 자원을 갖고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견해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은 ①이 일부 철수론을, 혹은 미국의 한국 안보책임 포기로 간주할는지도 모를 북괴로 하여금 남침 의욕을 북돋워주게 하리라는 점 ②아직도 충분한 자주국방 태세를 갖추지 못한 한국 국민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하리라는 점, 그리고 ③국제 권력정치의 현실론에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남북간에 힘의 불균형을 조성하게 되리라는 점등을 고려할 때 그 타당성을 시인키 곤란하다. 때문에 우리는 「타이딩스」의원의 주장이 어디까지나 사견에 불과한 것이라 하더라도, 한반도 정세에 대한 그의 지극히 낙관적인 평가가 미국의 여론에 영향을 주어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평양을 친선 방문한 중공의 주은래는 8일 북괴 김일성과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이 성명은 미 일 합작에 반대하여 공동투쟁을 벌이되 북괴의 적화통일 시도와 중공의 「애향 해방」 숙제를 서로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에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이 성명은 소련의 현대수정주의의 대일 접근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였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북괴가 「모스크바」 의존정책을 버리고 또 다시 북평의 품안에 안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북괴-중공간의 획기적인 관계개선과 공동전선 형성을 다짐한 것은 앞으로 한반도의 정세가 긴장되고 험악해지리라는 불길한 적신호로 보아야 한다. 북괴-중공의 야합은 양자가 공히 호전주의 집단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 한반도에서 열전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현저히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정세가 이와 같이 호전되기는 고사하고, 더욱 악화될 우려가 다분히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미국의 일부 정객이 무책임하게 주한 미군 철수론을 들고 나와 미국의 세력권 정책 후퇴를 덮어놓고 찬성하는 평화론자들에게 영합코자 한다고 하면 공산주의자들은 박수 갈채를 보낼 것이 분명하다.
한편, 미국의 저명한 극동 문제연구가 「바네트」교수는 지난 9일의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한국의 적화가 일본 심장부에 대한 비수가 될 것이라는 일본국민의 감정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은 극히 중요한 전략지역』이라고 증언했다 한다. 한국에 대해서 일본 안보의 전초적 기지로서만 전략가치를 인정하려는 그의 견해도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아시아」 대륙에 있어서 공산주의 침략을 막아내는 최전선 보루로서 독자적인 전략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야말로 동독에 자리잡고 있는 서부 백림과 아울러 자유와 민주주의의 「쇼·윈도」로서 전 자유 진영이 일치 단결해서 그 안전을 보장해 주고, 번영을 도와주어야 할 필요가 절실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국민으로서는 스스로 자주국방태세를 갖추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지만, 엄연히 북방으로부터의 공산주의의 무거운 압력이 남아 있는 한, 미국이나 기타 우방은 그 압력을 배제하는데 공동투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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