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오늘내일 최대 고비 … 비상대책 써도 간당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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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올여름 절전규제를 위반한 20개 대기업의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자료의 제목도 ‘전력수급 위기 상황에서도 일부 대기업 절전규제 무시’라고 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이들 대기업에는 현대·기아자동차와 LG화학·S-Oil·현대로템·남양유업·하이트진로·SK네트웍스 등이 망라돼 있었다.

 정부는 5월 전력 부족을 우려해 여름철 전력 피크 시기에는 3~15%의 전력을 절감해 줄 것을 대기업에 요청했다.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여름철이 되자 ‘불편한’ 전력 절감 대신 ‘부담이 적은’ 과태료(건당 50만원)를 택했다. 심지어 20개 기업 가운데 9개 기업은 기간 내내(5일) 절전규제를 무시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절전규제 이행률이 83%로, 지난 겨울보다 7% 낮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전력을 감축하는 것보다 과태료를 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반 업체로 지목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절전 계획에 따라 사무실에선 부채질해 가면서 일하지만 공장 가동은 생각만큼 쉽게 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산업부가 이렇게 절전 규제를 위반한 대기업에 ‘강공’을 펼친 것은 그만큼 전력 수급 사정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업부는 전력 위기라는 말을 되풀이해 왔지만 이번 주(8월 12~16일)가 진짜 위기라고 보고 있다.

 9일 전력수요는 사상 최대인 7935만㎾를 기록했다. 수요가 공급을 220만㎾나 초과했다. 민간 자가발전 등 각종 비상대책을 쏟아냈지만 한때 순간 예비전력이 329만㎾까지 떨어졌다. 이번 주는 상황이 더 나쁘다. 12·13일은 수요가 8050만㎾까지 올라 비상대책을 쓰기 전 예비전력이 -306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 대책을 써도 예비전력이 180만㎾에 불과해 전력수급 경보(총 5단계) 가운데 4단계인 ‘경계’ 경보가 발령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만약 원자력발전소(100만㎾ 규모)가 한두 기라도 고장 나게 되면 한국은 바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위기에 빠진다. 2011년 9월 15일에는 전력경보 ‘심각’ 단계(100만㎾ 미만)로 떨어져 순환 단전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는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전력 위기를 벗어나려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협조가 절실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여름철 온도가 1도 올라가면 전력 소비량이 130만~150만㎾ 정도 늘어난다. 여름철엔 냉방 전력 수요가 전체 전력소비량의 24%를 차지해서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절전을 호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11일부터 사흘간은 전력수요가 8000만㎾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기간 동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업체·공공기관·가정·상가 구분 없이 전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읍소했다. 산업부는 전력수급 경보 ‘경계’ 단계(예비전력 200만㎾ 미만)가 발령되면 민방위 사이렌을 송출해 정전 등에 대비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창규·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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