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다시 찾은 금메달, 감격의 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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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오늘 실은 미소는 조각이나 회화 같은 예술 작품이 아닌 하나의 기록사진이다. 그러나 올해 8·15 광복절을 맞이해서는 이 감격의 미소를 함께 보고 싶었다.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은 기적 같은 역사의 명장면이기 때문이다. 103년 전 나라를 빼앗겼던 일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는 일본의 침략 만행에 속수무책으로 나라를 빼앗겼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의 불굴의 투지로 35년 만에 나라를 되찾았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사실은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다. 동메달도 남승룡 선수가 차지했다. 그런데 시상대에 선 이 두 메달리스트의 얼굴은 풀 죽은 고개 숙인 모습이었다. 식민지의 울분을 달림으로써 해소하려 했는데 막상 금메달을 따니 가슴엔 태극기 대신에 일장기가 달리고, 태극기 대신 일장기가 올라가는 나라 없는 서러움에 한없이 슬픈 금메달리스트였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1992). [사진 몬주익클럽]

 이제 태극기를 달지 못하고는 더 이상 뛰지 않겠다는 손기정 선수의 피눈물 나는 각오가 있은 지 56년 후에 이 한을 풀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빼앗겼던 나라를 다시 찾은 민족답게 잃어버렸던 금메달을 황영조 선수가 다시 찾아낸 것이다. 더욱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일본 선수를 제치고 결승점에 뛰어 들어올 때 감격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가슴에는 태극기가 달리고, 당당히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가슴에 손을 얹고 경의를 표하는 황영조 선수의 눈물로 범벅이 된 환희의 모습은 한국인의 시대에 대한 책임과 열정, 그리고 애국심이 만들어낸 가슴 벅찬 감동의 장면이었다.

 우리나라는 남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하였다. 준비 없는 미래가 없듯이 치열하게 일제시대를 극복하려고 투혼을 불태웠던 독립의 의지로 광복의 날이 온 것이다. 오늘날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하고 중국이 동북공정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이때에 역사교육을 강화하여 우리 역사의 자긍심과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