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라인 출신 원전 브로커 "박영준 차관에게 로비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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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원전 브로커 오희택(55·구속)씨가 이명박정부 시절 공기업 감사 등을 지낸 이윤영(51·구속)씨를 통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금품로비를 시도했다는 진술이 검찰조사에서 나왔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김기동 지청장)은 8일 오씨로부터 “이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금품로비를 시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그러나 오씨의 진술만으로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어 이씨를 추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씨와 이씨는 2009년 용수처리 시설 납품업체인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해외 원전에 납품할 수 있게 힘을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13억원을 받아 나눠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오씨 등은 한국정수공업에 박 전 차관 등을 거론하며 로비자금으로 80억원을 요구했다. 한국정수공업은 선수금 형태로 13억원을 오씨가 국내에서 경영하는 한 IT회사의 미국 현지 판매 대리점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가 받은 3억원이 박 전 차관 등에게 전달됐는지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한국정수공업이 2010년 8월 정책자금 642억원을 지원받는 과정에도 오씨 등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노동분과 부위원장을 역임한 뒤 2006년 서울시의원에 선출됐다. 그 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상임자문위원을 거쳐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감사를 역임했다. 2007년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박 전 차관 등 정치권 인사와 두터운 인맥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는 이명박 정부 때 실세인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 출신)’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관 연루 여부를 알아내는 게 이번 수사의 관건”이라며 “그러나 이씨가 입을 열지 않아 진실을 규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로부터 “박 전 차관에게 실제 금품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 곧바로 박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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