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엿보기] 선시공 후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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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달 초 서울 1차 동시분양에 나온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굿모닝아파트(27.29평형, 60가구).별도의 모델하우스를 만들지 않았다. 아파트가 거의 다 지어졌기 때문이다.

4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 중이어서 분양업체인 지엠에스종합건설은 내부 인테리어까지 끝낸 세가구를 방문객들에게 공개했다.

한달 정도만 지나면 이사할 수 있는 데도 무주택 우선 공급분(30가구)중 16가구가 미달됐다.1순위 청약 경쟁률은 2.2대1로 전체(50.1대1)보다 크게 낮았다.

분양 후 몇 개월 내에 입주 가능한 '선시공.후분양' 단지가 서울 동시분양에 간혹 나오고 있으나 대부분 주목을 끌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차례의 동시분양을 통해 분양된 아파트는 1백59개단지였고 이중 선시공.후분양은 2.5%인 4개 단지였다.▶강동구 암사동 메이저아파트(3차)▶마포구 망원동 삼성화원아파트(3차)▶은평구 증산동 선정아파트(4차)▶강서구 등촌동 다울아파트(6차) 등이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이 50대1 이상일 정도로 지난해 뜨거웠던 분양 시장에서 이들 단지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메이저아파트가 27.4대1의 1순위 경쟁률을 보인 것을 제외하곤 미달이 잇따르거나 1~2대1에 그쳤다.

당첨되고도 계약기간 동안 아무도 찾지 않은 단지도 있었다.한 업체 관계자는 "청약 결과를 지켜보는 마음이 착잡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선시공.후분양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은 분양업체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위치도 그리 좋지 않았던 것도 원인이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투자성을 더 따지다 보니 분양방식보다 브랜드 등이 눈길을 끌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선시공.후분양 방식은 중소업체들이 마케팅으로 시도하는 데 그치고 분양시장에 뿌리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업체의 자금 확보 등도 난제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 욕심을 내지 않고 실수요층을 파고든다면 소규모나마 선시공.후분양의 성공 가능성도 엿보인다.

태천종합건축이 다음달 2차 동시분양에 강동구 성내동 은성연립 재건축아파트(29, 31평형) 22가구를 선시공.후분양으로 일반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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