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하인리히·뵐」단편집 첫 영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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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몇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는 독일 작가 「하인리히·뵐」의 작품이 처음으로 영역 출판되었다. 「맥그로·힐」사는 최근 「뵐」의 단편집 『아이들도 시민이다』(1백89면·5달러 95센트)를 내놓은 것이다.
첫 단편집이 장편만큼 중요시되는 일은 드물다. 단편집의 「비전」은 보통 너무 단편적인 것이며 「스타일」 또한 뒤섞이고 예술 감각도 뒤죽박죽 되기 일쑤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하인지히·뵐」이 이 작품들을 독일에서 처음 발간했던 1947년과 51년 사이에 비평가들은 그를 「토마스·만」의 후계자로 평가했던 것이다.
전후에 「뵐」이 중진 작가로서 두드러지게 활동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전쟁이 독일 문학을 전적으로 파괴할 수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전쟁 직후에 나온 그의 작품에서 「뵐」은 독일의 죄악과 부패 문제에 맞붙어 싸웠다. 그의 작품들은 날카로운 「아이러니」가 있었으며, 굉장한 아름다움과 동정 또한 깃들여 있었다.
『9시 반의 당구』(59년), 『어릿광대』(63년)같은 작품들은 「귄터·그라스」와 함께 그를 가장 역량 있는 독일 작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갖게 했다.
이번 영역 출판에 포함된 「뵐」의 대부분의 초기 작품들은 전쟁과 전쟁의 결과로 생긴 문제들에 대처하는 군인들과 시민들을 다루고 있다.
의사들이 암시장에 약을 내다 파는 때문에 약이 없어 죽어야하는 고아들, 칼 던지는 사람에게 고용되어 표적으로 서는 전쟁 용사 같은 전쟁의 희생자가 그의 소설에는 숱하다.
전쟁의 죄악 때문에 생긴 상실의 인간들이나 전후의 급격한 경제적 성장과 함께 나타나는 도덕의 진공 상태도 나타난다. 그는 공격보다는 동정의 편에서지만 많은 작가들이 「미친 시대」로 포기한 시대를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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