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 짓듯 설계 3차원 낸드플래시 삼성 세계 첫 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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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PC의 저장 용량을 수퍼 컴퓨터급으로 바꿔줄 기술이 한국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차원 적층 방식을 적용한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보존되는 메모리반도체)인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실리콘 표면에 가는 선을 연결해 만들던 반도체의 구조를 3차원 입체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선을 가늘게 만드는 미세공정의 한계로 여겨져온 10나노미터(㎚, 1나노는 10억 분의 1)의 벽을 한순간에 뛰어넘었다.

최정혁(전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은 이날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을 시작한 지 30년 만에 반도체 사업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들고나온 V낸드는 용량이 128기가비트(Gb)로 올 4월 양산에 들어간 기존 제품과 같다. 하지만 적용된 기술은 완전히 다르다. 직전까지 반도체 업계는 낸드플래시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10나노급 공정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전자를 가둬 데이터를 저장하는 저장장소(셀) 간의 간격이 이처럼 줄어들자 문제가 발생했다. 전자가 벽을 뚫고 다른 셀로 넘어가는 ‘간섭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삼성은 고층빌딩을 짓듯이 셀을 쌓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평평하게 만들어온 셀을 둘둘 말아서 3차원 수직으로 적층했더니 기존의 간섭 문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날 양산 발표한 제품은 24층 구조다. 이론적으로는 층수를 늘리면 용량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처럼 용량이 늘어나면 5년 안에 수퍼 컴퓨터에 들어가는 1테라비트(Tb)급 메모리를 노트북에 장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입체 설계 덕에 쓰기 속도도 2배 이상 빨라지고 셀 수명인 쓰기 횟수(내구 연한) 역시 제품별로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 이상 향상됐다.

심재우·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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