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에스프레소 더블과 컵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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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2국>
○·구리 9단(1패) ●·이세돌 9단(1승)

제11보(143~151)=투혼이 놀랍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인데도 이세돌 9단, 처절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그는 어제도 오늘도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만의 비법일까요. 체중이 많이 줄었을 겁니다. 삼성화재배는 점심시간도 없지요. 점심시간 동안 상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바둑판 옆엔 약간의 과일과 음료, 빵이 준비돼 있지만 두 기사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이세돌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더블. 진한 커피지요.

 이세돌은 화려한 외식 대신 컵라면을 즐깁니다. 호텔 방에서 혼자 끓여 먹는데요, 어려서부터 맛을 붙인 탓에 이런 숨막히는 결승전이 되면 더욱 끌리나 봅니다. 에스프레소 더블과 컵라면. 비금도 소년에서 당대 최고의 승부사로 성장한 이세돌 만의 ‘멋’으로 다가옵니다.

 이세돌은 143의 비상 수단을 들고 나왔습니다. ‘참고도1’ 흑1에 두면 백2로 가르는 패인데 백엔 4로 막아 대마를 살리자는 팻감이 여러 개 있고 A쪽도 팻감이 있습니다. 흑은 자체 팻감 외엔 없어서 팻감 전쟁은 상대가 안 됩니다. 구리 9단은 144로 끊었고 팻감이 모자란 흑은 결국 149, 151로 돌려칩니다. ‘참고도2’가 예상되는데 이후 흑은 어떻게 두겠다는 것일까요(148=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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