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통로」더듬는 양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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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독수상「빌리·슈트프」는 12일 양 독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 달 안으로 동부「베를린」에서 수상회담을 열자고「빌리·브란트」서독 수상에게 제의해왔다고 서독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9년 전「베를린」장벽이 세워진 이래 동독과 서독의 대화의「채널」은 사실상 끊겨있었다. 그러나 67년 말쯤부터 동독은 심심찮게 공한을 보내 양 독간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제의해왔고, 심지어는 양 독간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조약 초안까지 제시하여 독일문제에 관해「이니시어티브」를 쥐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때마다 서독은 동독 불승인 정책을 밝히면서 동독과 타협할 용의가 없는 듯이 나왔다. 특히 서독의 기민·사민당 연합「키징거」「브란트」내각이 66년 12월 출범한 후 서독이 통독문제에만 열을 올리자 동독이 제의한 국교정상화 제의는 거의 묵살되고 있었다.
그러나 69년 사민·자민당연립의「브란트」·「발트·셀」 내각이 들어서 동·서독 국교정상화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나오자 양 독 관계개선을 위한 회담을 끈질기게 제의해온 「슈트프」는 국제법상 동독의 승인이라는 과제를 안고 이번에도 서독에 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말하자면 「슈트프」의 이번 양 독 수상회담 제의는 돌연한 발의가 아니고 서독의 사민·자민당연립 내각의 대 동독 정책에 영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의된 수상회담에서 양측이 추구하는 타결점이 영합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대화를 나눌 필요성과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에 양측이 영합했다는 이야기다. 「슈트프」의 회담 제의에 관해「빌리·브란트」서독 수상이 응할 것인가는 다음주 연방각료회의가 검토 후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슈트프」가 제의한 일정에 따라 회담을 여는 것은『시간이 촉박하여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알러스」서독 정부 대변인이 발표한 것을 보면 서독도 이 회담에 응할 기미인 듯 하나 그 시기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아닌가 싶다.
만일 이번 회담이 열릴 경우 의제는 미리 점칠 수 없으나 크게 보면 서독의 궁극 목표인 통독문제에서부터 동독이 앞세울「동독의 승인」이라는 양 독간의 현안 문제뿐만 아니라 대 「폴란드」와의 쟁점이 되고 있는「오테르-나이세」국경선 등 다각적인 것이 될 것 같다.
또 양 독간의 여행·우편·기술교환·문화교류에 관한 것도 원칙적인 문제는 다뤄질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브란드」서독수상이 회담에 응한다해도「슈트프」는 동독의 승인을 선결문제로 들고나올 것을 예상하면서 독이 비록 신 정권의 수립이래 대 동독 접근 책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이 문제만은 양보치 않고 있어 회담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알러스」서독 정부 대변인이 미국 영국「프랑스」등 3개국과 사전협의를 거쳐 양 독 수상회담의 수락여부가 결정 될 것이라 발표했다.
다만 동·서독 수상이 한번 회담을 가졌다는 기록을 남기는 정도로 끝날 것 같다. 그러나 수상 회담에 이어 연쇄적인 실무회담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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