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주관식 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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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교육을 파행적인 상태로 만든 것은 교실이 부족하거나 시설이 없거나 제도가 잘못된데 원인이 있는것이 아니라 바로 객관식 시험에 그 책임이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있다.
기실 돌이커 보면 이른바 객관식 시험처럼 빠른 속도로 유행을 불러일으킨 것을 우리교육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주변에서 흔히 보는 ○×식의 시험문제나 선택형 또는 선다형의 문제로 대변되는 객관식 평가방법이 소개되자 일선교사는 물론 교육행정가에 이르기까지 쌍수를 들어 환영하였으며 그 결과는 오늘에와서 국민학교의 어린이가, 중·고등학교학생들이 좀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하루의 생활을 객관식 시험문제와 씨름하는 것으로 귀착되어왔다. 그러니 앞서와 같은 극단적인 주장이 나올만도 하다.
객관식평가방법은 원래 주관적인 평가에서 일어나는 오류나 편견을 시정하고 평가에 있어서의 사무적인 노동량을 감소하자는 데에 주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객관식시험이 지니는 그 위대한 영향력은 하급학교의 학습지도방법에 변화를 초래하였으며 오늘에 와서는 평가를위한 객관식문제가 아니라 입시준비나 교과학습을 위한 객관식 문제가 되었다.
객관식 시험문제중심의 학습지도 방법이 지니는 결정적인 결함은 피교육자에게서 이른바 고등정신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창의력·조직력·표현능력등을 훈련할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와같은 진술을 뒷받침할수 있는 증거는 오늘의 피교육자에게서 얼마든지 찾아볼수 있다.
요즘 대학입시를 비롯하여 각급학교의 시험방법이 주관식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주관식이 아니라 서답식의 평가방법을 말할 것이다. 그것은 원칙적으로 찬성할만한 일이다. 객관식 시험문제로 인하여 어린이들의 능력개발을 정체시키는 것보다는 노력이 좀더들고 오류가 약간 개재하더라도 그것이 객관식으로부터 주관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보다 개선된 주관식(서답식)의 평가방법의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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