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 눈물의 대마 포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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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2국>
○·구리 9단(1패) ●·이세돌 9단(1승)

제7보(87~103)=타협하지 않고 끝끝내 버티면 파멸이 찾아옵니다. 누군가 승리하겠지만 그 과정은 엄청난 파괴와 선혈로 얼룩지게 됩니다. 이세돌 9단의 분노가 87에서 끝내 폭발했습니다. 87은 89로 절단하겠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보십시오, 흑이 얻은 것보다는 백의 빵때림(92)이 월등하지 않습니까. 이 다음 ‘참고도’ 백1에 두면 흑2로 살아야 하니까 흑은 엄청난 손해를 자초한 겁니다. 회복 불능의 자해를 감행한 거죠.

 왜 그랬을까요. 형세 때문이지요. 더 이상 어물어물하다가는 바둑이 그대로 끝날 거라는 위기감 때문이지요. 다시 말하면 중앙으로 뻗어나온 백 대마에 올인한 겁니다. 93의 절단도 똑같은 의미지요. 한 수 둘 때마다 흑은 4,5집씩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좌변 백진은 아주 엷어 온갖 뒷맛이 있던 곳이지요. 그곳 모두를 뚱뚱한 확정가로 만들어줬으니 이 희생을 어디 필설로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92 쪽의 피해와 이곳의 피해를 합하면 도대체 몇 집이나 될지 계산이 안 됩니다.

 하지만 101까지 몰아붙이고 103에 두텁게 지켜 두니 바둑판 위엔 하나의 선명한 그림이 나타납니다. 굽이굽이 흘러온 백 대마가 잡힌 겁니다. 검토실의 기사들은 이 대마에 사망선고를 내렸습니다. 몇 집이나 될까요. “줄잡아 70집”이란 얘기가 들립니다. 놀랍습니다. 참으로 신묘한 변화입니다. 계산서는 어떨까요. 물어보나 마나 흑의 대우세일까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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