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은 꿈을 파는 일 … ‘드림카’ 만드는 게 목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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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호 22면

BMW 본사에서 만난 강원규씨는 디자이너에겐 직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독일 뮌헨에는 ‘BMW 벨트’(Welt·세상)라는 복합 전시공간이 있다. BMW의 최신 모델 전시장일 뿐 아니라 자동차 출고장이다. 어린이들이 자동차를 공부할 수 있는 ‘주니어 캠퍼스’란 공간도 있다. 곁에 있는 BMW 박물관과 함께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명소다. 자동차 출고장이 내려다보이는 구름다리를 통해 200m가량 떨어진 BMW 본사와도 이어진다.

BMW 첫 한국 디자이너 강원규씨

BMW 벨트에서 18일(현지시간) BMW의 첫 한국인 디자이너 강원규(38)씨를 만났다.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곳이어서 자주 찾는다고 한다. 그는 뉴4시리즈 쿠페 컨셉트카의 디자인 작업을 주도했고 양산형 모델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올해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BMW가 뉴4시리즈 컨셉트카를 선보일 때는 현장에서 직접 설명했다. 4시리즈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거부할 수 없는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기본 컨셉트였다. 개인적 입장에서만 본다면 4시리즈는 3시리즈의 파생형 정도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더 육감적이고, 더 우아하고, 더 멋진’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 어느 순간 3자를 붙이기엔 아쉬운 새로운 급의 상위 차종이 나타났다.”

홍익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01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1년 남짓 근무하다 이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아트센터 디자인대학(Art Center College of Design)으로 가서 공부를 계속했다. 아트센터 재학 땐 ‘캐나다 모터쇼 자동차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다. BMW에 몸담게 된 건 졸업작품 덕이었다. 쉐보레의 스포츠카 ‘카마로’를 재해석한 작품이 BMW 캘리포니아 디자인연구소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채프먼 눈에 띈 것이다. 2005년 입사 뒤 본사 디자인 스튜디오 소속으로 BMW의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내가 꿈꾸는 자동차를 그린 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엔지니어를 열심히 설득한다. 그러려면 상당한 수준의 공학·부품 지식도 필요하다.” 그는 ‘직감(gut feeling)’을 강조했다. 그것을 “더 날렵하고, 더 우아한 모습을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능력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그는 “입사 초기만 해도 차 디자인이 별로이면 주위 디자이너들이 ‘현대차 같다’고 했는데,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요즘 유럽에서는 한국차 디자인이 ‘지루한’ 일본차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젓가락으로 콩을 집고 김치를 쪼개는 우리의 섬세함과 정교함, 그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게 디자이너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BMW가 드림카를 만든다면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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