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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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내년도 비축미 확보를 위해 2백만석의 외미를 사들일 것이라고 한다. 아직은 어느. 나라 산 쌀을 들여올지 확실치 않지만, 모든 낌새로 보아 그것이 일본 쌀이 될 것은 거의 확실한 듯하다. 왜정때만 하더라도 한국쌀이 도리어 저들을 먹여 살리는 정도였음을 생각할 때 참으로 금석지감이 앞선다.
불과 25년 미만에 형세가 완전히 뒤바뀌어, 우리가 일 본쌀을 들여다 먹게됐으니, 안믿으려야 안믿을 수가 없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라는 뜻이다.
국토양단에 인구의 엄청난 증가가 겹친 불리점을 놓고 자위만 할 것이 아니다. 막연한 뉘우침과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말고, 그 소설보다 더 신기한 사실을 사실 그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은 이렇다. 2차대전이 끝났을 때의 반도 채 안 되는. 농업인구로 지난 3년 동안에 공전의 대풍을 거둬들인 일본은 매년 2백만t씩의 쌀이 남아, 돌아왔다. 그래서 지금 정부의 창고에는 6백만t의 쌀이 그대로 쌓여 있는데, 이것이 일본 정부로서는 큰 두통거리란다. 이것을 68연도의 우리나라 쌀 총생산량인 3백20만t과 비교해 볼 일이다. 말하자면 지금 일본정부의 창고에는 우리의 1년 생산량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쌀이 그대로 사장되어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 쌀이 이렇령게 남아돌아가게 된 이유로서 수리 시설의 확장, 과학기술의 근대화, 비료·농약 등의 적절한 사용 등을 드는 것은 우리에게도 귀익은 일이다. 그러나,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 즉 일본의 자민당 정부가 지난. 4년 동안에 미가를 35%나 올렸다는 것과 정부가 책임지고 생산되는 쌀을 모조리 사들이겠다는 보장을 해온것이다.
이러다가는 미국식으로 돈을 그냥 줄테니 제발 농사를 덜 지어 달라고 정부가 농부들에게애걸해야 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하여간 지난 3년 동안의 추세가 70년대 중엽까지 개속한다면, 그 때에 가서는 정부 창고에 일본의 연간 총생산고에 해당하는 묵은 쌀이 쌓이게된다. 단, 그 많은 쌀을 쌓아 들 창고가 있다면 말이다.
물론 그만한 창고는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중부에 있는 비파호 밑에 호저 창고를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묵을 대로 북어서, 팔수도 없고, 먹을 맛도 나지 않는 수백만t의 쌀을 「고무」가마니에 넣어서 호수 밑에라도 재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우리는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가락에 맞추어 『농사 국가지대본』이란 구호를 외고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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