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퍼부었지만 … 북한, 직통전화는 끊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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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남북 실무회담이 결렬된 다음 날인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 비대위 회의실에서 입주 기업인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날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만나 주재원과 지원인력 등 5000명에 대한 급여를 정부가 보전해 줄 것과 시설물 관리인력의 지속적 방북 허가 등을 요구했다. [안성식 기자]

25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안의 남측 프레스센터에 난입해 ‘백수건달’ 운운하면서 폭언을 퍼부은 북한이 26일 우리 측을 거칠게 비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은 이번 회담에 또다시 백수건달로 나와 회담 결실을 위한 우리 측의 성의 있는 노력을 외면하고 시종일관 공업지구 가동 중단의 책임이 북측에 있다느니, 피해보상이니 뭐니 하는 심히 무례한 주장만을 고집해 나섰다”고 주장했다. 프레스센터에서 자신들과 충돌했던 우리 측 진행요원이 아니라 회담 대표단을 가리켜 ‘백수건달’이라 부른 것이다.

 그러면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 정상화 회담을 파탄의 위기에 몰아넣음으로써 초래될 모든 후과(좋지 않은 결과)의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스센터 난입에 대해선 “우리 측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측의 회담 파탄 책동을 준열히 폭로단죄한 것”이라는 엉뚱한 주장을 했다.

 전날 ‘중대 결심’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던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재발 방지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태도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정부의 중대 결심은 공단의 완전 폐쇄까지도 갈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관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대 결심을 해서 실행에 옮길 것인지 여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재발 방지 보장과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정부의 분명한 원칙이고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 역시 원칙에서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공단 재가동 방안을 논의하던 실무회담은 25일 6차 회담을 끝으로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다만 실무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기회가 완전히 차단된 상황은 아니다. 25일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남북 어느 쪽도 아직은 개성 실무회담이 ‘파국’을 맞았다는 단정적 표현을 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은 26일 오전 판문점 직통전화를 끊지 않고 정상 가동했다. 당국 간 연락을 위한 숨통까지 틀어막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문제를 실무회담이 아닌 보다 높은 급의 당국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에 대한 수해 지원이나 추석(9월 19일)을 계기로 한 이산 상봉 문제가 남북 당국 간 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글=이영종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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