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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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오는 날 아침의 일이었다. 우산을 접고「버스」를 탔다. 마침 빈자리가 있기에 앉아서 가방을 열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있어야 할 차비가 없는 것이 아닌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제 시장에 갔다와서 지갑을 책장 서랍에 두고 깜빡 잊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서 가방속을 샅샅이 뒤졌다. 어쩌자고 그 흔한 1원 짜리 동전 한 개도 없는지, 어떻게 할까?
○…나의 실수를 지독히 미워하면서 가방안을 열심히 뒤적이던 내게 10원짜리 지폐를 조용히 넣어 주시는 진실로 고마우신 아주머니가 있었다. 10원짜리 한장이 주는 인정이 이토록 따사로우리라곤 정말이지 예전엔 몰랐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아무리 바빠도 집에서 나올 때면 언제나 가방속을 열어 본다. 그리고 그때 고맙던 아주머니의 인정에 보답하는 것도 이렇게 조심성있게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권인예·서울 용산구 후암동1가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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