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씨 두달째 잠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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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치(李益治.60.사진) 전 현대증권 회장이 2개월째 행방이 묘연하다. 현대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크게 불거져 나오자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그가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李전회장은 당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함께 대북사업을 주도했다. 그는 또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돕기 위해 鄭회장과 함께 중국 베이징(北京) 등을 오가며 물밑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해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17일 "李전회장은 98년부터 현대증권 바이코리아에서 2조원의 펀드를 조성해 나온 수익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북한으로 보냈다"는 주장을 했다.

李전회장의 잠적과 관련해 그의 한 측근은 "(李 전회장이)사람을 만나 봐야 뾰족하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서 자꾸 언론 등에 거론되는 게 부담스럽고 골치아프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친구와 지인한테 전화를 걸 때도 발신지를 알 수 없는 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대북송금에 대해 그는 최근까지 "내가 담당할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고 한발 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당시 현대그룹의 자금담당 총괄로 대북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북송금만큼은 鄭회장이 직접 관여했다고 떠넘기고 있다.

李전회장은 지난해 말 2년 만에 갑자기 귀국했다.

현대에서 근무할 때 앙숙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정몽준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일만은 막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한 나라를 다스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도 했다.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주가조작에 鄭의원이 개입했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현재 둘째아들 병역비리 혐의로 재판 중이다. 다음달 11일 법원에 출두하기로 돼 있다. 그렇지만 현재 담당 변호사와도 연락을 끊은 상태다.

김평우 담당 변호사는 "최근에 연락이 끊겼다"며 "다른 변호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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