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몰려 … 9급 공무원 공채 20만 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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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5월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한 여성가족부 박현숙(56) 여성정책국장은 1975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때만 해도 9급 공무원의 대부분은 고졸 출신이었다. 박 국장은 “그 당시엔 9급 공무원 시험이 고교를 졸업하면 충분히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어느 때부터인가 대졸 출신 9급 공무원이 늘더니 이젠 고졸자 합격자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박 국장의 말대로 94년 이전까지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은 고등학교 졸업자가 풀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95년 이 규정이 폐지되고 9급 공채 시험에 행정학이 포함됐다. 시험이 어려워지고 대졸자가 증가하면서 9급 공무원 합격자 중 고졸 이하 비중은 85년 58%에서 95년 9.3%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1.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고졸자가 몰려들고 있다. 공무원 공채 시험 전체 지원자 수도 역대 최대인 20만4698명을 기록했다. 지난해(15만7159명)에 비해 지원자가 약 5만 명 늘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응시한 18~19세 지원자(고졸 추정)는 지난해(1083명)의 3배인 3260명으로 늘었다. 이미 졸업한 사람까지 고려하면 전체 고졸 응시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올해 9급 시험에 고교 과목이 포함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안행부는 올해부터 9급 공무원 공채 선택과목으로 고교 과목인 과학·사회·수학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필수과목(국어·영어·한국사) 외에 행정법총론·행정학개론 등 대학 수준의 전공과목이 선택과목으로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필수과목을 제외한 2과목을 추가된 고교 과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안행부 채용관리과 조성제 과장은 “고졸 출신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대학 교과 위주로 편성된 시험 과목을 개편했다”고 말했다.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은 27일 시행된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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