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연예계 비리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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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연예계 비리 중간수사 결과는 가수 연예인-연예기획사-PD.스포츠지기자로 이어지는 '유착고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음반시장이 대형화되면서 가수들은 단시일내 스타가 되기 위해 자금력과 기획력이 뒷받침되는 기획사를 찾게되고 기획사들은 이들의 데뷔나 앨범발표를 앞두고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방송사 PD나 스포츠지기자들에게 금품을 뿌려대는 것이 거의 고착화돼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소수 대형기획사들이 배출한 일부 비디오형 댄스가수에 의존하는 음반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방송과 스포츠지 등 이른바 '연예권력'과 기획사 등의 검은 유착관계를 심화시켜 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수사 결과 상당수 기획사와 가수 매니저들이 신인가수 데뷔나 앨범 홍보를 위해 영향력있는 방송사 PD 출신 간부 및 스포츠지 간부들에게 골프 및 룸살롱 접대, 여행시 호텔숙식비는 물론 외제승용차 등 억대의 금품까지 속칭 'PR비(앨범홍보비)' 등 명목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 방송사 전 PD 황용우(43)씨는 유명 가요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작년 2∼4월께 출연 청탁과 함께 항공료, 호텔비 등 명목으로 신인가수 아버지 김모씨로부터 모두 6천7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초 구속됐다.

또 모 스포츠지 전 연예부장 이창세(45)씨도 98년 5월 C사가 배급한 모영화 홍보와 관련해 C사 홍보팀장인 신모씨로부터 '영화 홍보기사를 잘 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만원을 받는 등 같은 명목으로 10여차례에 걸쳐 2천200만원을 수수했다 덜미가 잡혔다.

특히 현재 검찰의 수배를 받고있는 모방송사 PD는 방송출연을 미끼로 여자 연예인 지망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른바 '성상납' 역시 로비수단으로 은밀히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검찰은 성상납의 경우 아직 추상적인 첩보 수준이지만 일부 정.관.재계 인사들이 여자 연예인으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 수사확대 여부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연예계 비리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금품비리보다 기획사 등의 비자금 조성 등 근본적인 비리구조를 혁파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횡령 등 기획사 자체비리 및 폭력조직 개입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SM 엔터테인먼트, 도레미미디어, 에이스타스 등 국내 대표적 기획사 대표를 횡령 등 혐의로 구속한 것은 자금흐름을 투명하게 만들어 'PR비' 등 금품비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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