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서 커지는 '친노 책임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2일 국회에서 국가기록원의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공개 요구안을 표결할 당시 민주당 내 반대·기권표는 5표(전체 반대 17표, 기권 2표)였다.

 김성곤·김승남·박지원·추미애 의원이 반대했고, 김영환 의원이 사실상의 반대인 기권표를 행사했다.

 5명의 의원은 범동교동계(박지원)이거나 호남(김성곤·김승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김영환·추미애)이란 공통점이 있다.

 당내에선 ‘구민주당계’로 분류되는 이른바 비노(非盧) 인사들이다. 구민주당계는 2002년 노무현 정부에서 수용했던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대북송금특검은 친노와 비노를 나누는 기준이 됐다. 대북송금특검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을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당시 비노 진영에선 대북송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였으며, 남북 관계에 관한 부분은 공개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만큼 이들은 지난 2일의 표결에서도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문재인 의원이 23일 “서해북방한계선(NLL) 논란을 종식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들 비노 그룹에선 대화록 정국에서 친노 진영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전병헌 원내대표 주재로 국회 상임위원회 주요 인사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땐 고성이 흘러나왔다.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라거나 “국가기록원에 결과적으로 없다는 것이 중요하잖아요!”라는 소리가 바깥으로 들렸다. 맥락상 강경투쟁론을 펴는 친노 그룹에 대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국회 본청을 나서면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전략에 완전히 말려들었다”고 했다.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열람을 요구했던 민주당 내에서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문 의원의 성명을 놓고도 비노와 친노 그룹 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왔다. 친노인 윤호중 의원은 “당초 NLL 포기 여부에 대한 규명이 우선이었는데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며 “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확인된 만큼 새누리당은 더는 이 문제를 정쟁화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른 친노 의원은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을 말하는데 국가기록원에서 찾지 못한 책임을 왜 문 의원에게 돌리는가”라며 “무엇을 어떻게 책임지라는 거냐”고 했다.

 반면에 대화록 공개를 반대했던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NLL 논란 종식 제안은) 말은 옳은 말”이라면서도 “그렇다면 시작을 안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과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도 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친노 의원들이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자고 해서 받아들였는데 결과적으로 얻은 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인사는 “지금 저쪽(새누리당)과 물밑에서 조율하며 NLL 논쟁을 종식하려 하고 있는데 오히려 문 의원이 돌을 던져 감정만 자극했다”며 “문 의원의 성명 내용을 보면 제3자적 화법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에서 평가하듯 하는 것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채병건·이윤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