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필에 비친 소련의 내막|신판「소련공산당사」의 새로운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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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로 출판된 소련공산당사에는「스탈린」이 아닌「베리아」가 최악의 괴수로 나타나있다. 이 공산당사는「스탈린」이 발행한「당사에 나타난 단기진로」라는 유명한 책의 제3수정판이다.「흐루시초프」의 여러가지 어록이나 그에 관한 언급은 이 책에서는 이미 사라졌고 대신「흐루시초프」가 농업분야에서 실패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이 공식적인 이 책자에 처음으로 기록되었다.

<업저버=본사 독점취재>
이 책은「스탈린」에 관한 이야기를 이상한 방법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전에 누렸던 우상적 존재로까지 추켜올려져 있지는 않으나 그에 대한「이미지」는 존경을 받는 인물로 이 책에는 새겨져있다.
「스탈린」에 대한 비판은 삭제해 버리고 비판을 하더라도 날카롭게 꼬집진않았다. 역사를 적절히 수정할 수 있는 것과같이「스탈린」의 명성을 서서히 말소하려는 기미는 책의 서두에서 나타나 있다.
예를들면 최근의 이전 개정판에서「스탈린」은 1909년에 쓴「레닌」의 논문인 유물론과 경험주의 비판론에 대해 정정당당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최근개정판에「스탈린」이 10월혁명 2, 3개월전에「멘셰비키」주의자들과 연합전선을 펴서 죄를 뒤집어 썼다고 돼있다.

<「멘셰비키」숙적론없어>
「멘셰비키」주의자들은「볼셰비키」주의자들의 숙적이었으나 이것도 이 책에는 빠져있다.
「레닌」이 유서를 남기면서까지「스탈린」을 당지도층에서 축출하라고 요구했으나「스탈린」이 이를 탐지해냈다는 유명한 1924년의「에피소드」는 새로 각광을 받게되었다.
「레닌」의 유서는 당지도자들이 고난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것 이었다고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또 그의 유서는 당중앙위의 권능과 통일성과 직접적인 관계가있는 것이었다고 이 책에 써있다.
새로 삽입된 이야기는「흐루시초프」후에 모든 권능이 중앙위에 귀속되던 방식과 일치되는 것이다.

<키로프후 대숙청취급>
그러나 전간당사에 실려있던 많은 부분이 신간에 빠져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1934년12월「레닌그라드」에서 당요인이었던「키로프」가 암살당한 후 소련을 휩쓸었던 대숙청을 이책에 취급했다는 것이다.
「흐루시초프」는「키로프」가 암살된것은 이상하다고 술회한바있고 그 당시 실정을 그가 재직당시에 수사중이라 말한바 있다. 이와같은 점도 최근판 당사에 실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 나온 소련공산당사에는 이런점도 빠져있다.
공산당사는「키로프」살해사건은 당과 인민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이 사건은 다시 한번 혁명적 경계심을 강화할 필요성을 그들에게 상기시켰다. 외국적요소로부터 자기를 수호하고 사회주의와 소련의 국가이익에 상반되는 활동은 그것이 어떤 명목으로 행해지든간에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였다.』
이 새로운 당사는「히틀러」의 공격에 대한 소련의 준비불충분을 둘러싼「스탈린」의 책임에 관대함을 보여주었다.

<흐루시초프실정 다뤄>
새로운 당사에 나타난 가장 중대한 변화는 소련 비밀경찰(NKVD)의 책임자「베리아」에관한 대목에서 엿보였다.
마지막 부분의 짧은 두 문장에서는「스탈린」사후 몇달만에 처형된「베리아」의 몰락에 관해 언급되어 있었다.
이 구절은 소련행정부의 무력화가「스탈린」보다는「베리아」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지금까지의 사료를 뒤집는 것은「흐루시초프」의 실각과 그 뒷얘기를 다룬 부분이다.「흐루시초프」에 대해서 이 신판공산당사는 농업성이 농업경영에 전혀 손을 대지도못했다고 비난하고 공업·기술분야에 대한 중앙의 관리가 허술해 경제성장율은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외교정책도 새로운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택동찬양부분 삭제>
대중공외교도 아주 구태의연했다. 과거 모택동을 찬양한 부분도 삭제됐다.「유고슬라비아」에 대한 비판도 상당히 누그러졌고 그 저 짧게 다루었다.「유고」문제를 잘못처리했다고「스탈린」을 힐난한 부분도 삭제되었다. 놀라운 것은「흐루시초프」에 의한「주코프」숙청을 크게 다룬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련의「체코」침공사태엔 일언반구도 없고 오직 금년6월의 세계공산당대회만을 취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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