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 뜨거웠던 웨스트우드 vs 우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타이거 우즈(왼쪽)가 21일(한국시간) 디 오픈 챔피언십 3라운드를 마친 뒤 리 웨스트우드와 악수하고 있다. [굴레인(스코틀랜드) AP=뉴시스]

태양이 뜨겁게 달구고 있는 스코틀랜드 굴레인의 뮤어필드. 영국 골프팬들은 축구장에서처럼 고래고래 함성을 내질렀다. 자국 선수 리 웨스트우드(40·영국)가 제142회 디 오픈 챔피언십 마지막 날 단독선두로 출발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은으로 만든 술주전자인 ‘클라레 저그(Claret Jug)’는 강렬한 태양에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웨스트우드와 5년 만에 메이저 15승 행진을 이어가려는 타이거 우즈(38·미국). 올해 디 오픈 챔피언십은 ‘영국의 자존심’ 웨스트우드와 ‘메이저 황제’의 위용을 되찾으려는 우즈의 추격전이 이어졌다.

 21일 오후(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링크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오후 10시45분). 전날 사흘째 경기에서 격렬하게 맞섰던 두 선수는 최종일 경기가 시작되면서 업다운이 심한 경기를 펼쳤다. 1언더파 공동 2위로 출발한 우즈는 3번 홀까지 1타를 잃는 바람에 중간합계 이븐파로 밀려났다. 3언더파 단독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웨스트우드는 3번 홀에서 티샷이 왼쪽 러프로 들어가면서 고전했다. 결국 이 홀에서 한 타를 잃어 중간합계 2언더파로 떨어졌다. 우승싸움은 웨스트우드와 함께 챔피언 조로 나선 1언더파의 헌터 메이한(31·미국)까지 가세했다.

 영국 BBC방송은 “그래도 웨스트우드에게 기회가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미국 골프채널은 “누가 우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웨스트우드와 우즈가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디 오픈(The Open)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오픈 대회’란 영국인들의 자긍심이 반영된 대회다. 그러나 1992년 닉 팔도(56) 이후 21년 동안 영국 챔피언은 나오지 않았다. 웨스트우드는 불행하게도 현재 우승 없이 메이저 대회에 가장 많이 참가한 선수 1위(이 대회 포함해 62회 출전)다. 그는 “메이저 최다 출전 기록이 오늘 나를 다시 이 자리에 있게 했다. 모든 점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즈의 메이저 15승 달성은 흔들리고 있는 퍼팅이 문제다. 웨스트우드는 이 대회 3라운드 동안 홀당 퍼트 수 1.5개를 기록하고 있지만 우즈는 1.67개로 높다. 우즈는 “지금 자리에 만족한다”며 “도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문제는 ‘무승 47패’의 징크스다. 그는 한 라운드를 남겨 놓고 선두를 추격하고 있을 때는 한 번도 역전승을 한 적이 없다. 이처럼 두 선수는 새 기록 경신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즈의 스윙 코치 숀 폴리(미국)는 누구를 응원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폴리는 최근 웨스트우드의 합류로 두 선수 모두의 스윙 코치를 맡고 있다.

 2라운드에서 3언더파 단독선두였다가 전날 6타를 잃었던 미겔 앙헬 히메네스(49·스페인)는 이날도 2타를 더 잃어 중간합계 5오버파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양용은(41·KB금융그룹)은 합계 9오버파로, 최경주(43·SK)는 10오버파로 최종 라운드를 마쳤다.

굴레인(스코틀랜드)=최창호 기자

관련기사
▶ '막판 대역전극' 필 미켈슨, 우즈 제치고 메이저 통산 5승
▶ 엎치락뒤치락… 뜨거웠던 웨스트우드 vs 우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