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채 발행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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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은행들이 지난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융채의 발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직후 후순위채권이나 외화표시채권 등 높은 금리를 주고 발행했던 채권들을 낮은 금리의 채권으로 바꾸고, 합병 등 은행의 대형화에 따른 신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은 모두 24조1천억원어치의 금융채를 순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의 순발행액이 2천억원에 그친 것에 비하면 1백20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채 잔액은 모두 99조8천억원어치로 이 가운데 만기가 1년 이내인 채권이 45조3천억원(45.4%)어치로 절반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주로 1년 만기짜리 금융채를 많이 발행했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예상과 달리 올라갈 경우 만기 연장 때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등 은행 자금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주로 일반 금융채를 많이 늘렸고 대신 외환위기 직후 국제결제은행(BIS)기준에 의한 자기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적극 발행했던 후순위채권은 크게 줄였다.

후순위채는 일반 금융채에 비해 금리가 3%포인트 이상 높아 은행 입장에선 조달비용이 많이 든다. 1999년 9조7천억원이던 후순위채 발행잔액은 2000년 15조원, 2001년 19조5천억원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에는 19조9천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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