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기, 9·11 때 '납치됐다' 신호 송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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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워싱턴에서 테러가 일어났던 지난해 9월11일, 미국의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2백명의 승객들이 위험에 빠졌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무역센터(WTC)와 국방성에 항공기가 충돌하고 나서 1시간 후, 뉴욕행 대한항공 85기기는 급유를 위해 알래스카의 앵커리지 공항에 착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비행기가 미국 영공에 들어섰을 때 조종사는 대한항공 관제실에 'H J K'라는 부호를 송신했다.

H J K'는 항공 교통 용어로 비행기 공중납치를 뜻하는 말이다.

'민간 항공사의 무선 통신을 취급하는 미국 회사인 ARINC는 이 메시지를 받아 연방항공청(FAA)에 전송했다.

이에 미 항공 교통 관제소는 조종사에게 비행기가 납치됐냐고 물었고, 기장은 자동응답기를 통해 납치를 뜻하는 코드를 쳐댔다.

이어 이 비행기가 테러범의 손아귀에 들어갔을 것을 우려한 북미방공사령부(NORAD)는 조사를 위해 제트기를 긴급 발진시켰고, 필요하다면 2백여명이 탑승하고 있던 이 비행기를 격추시키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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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기가 긴급 발진하자 지상에서는 '난리'가 났다.

알래스카의 주지사는 발데스 송유관 터미널과 주청사 건물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라고 명령했다.

미군기가 조종사들에게 영상 교신을 시도했을 때도 여전히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공중납치 코드를 쳐댔다.

미군기의 호위 아래, 조종사들은 명령을 따라 캐나다 유콘 지역 소재 화이트홀스 공항 부근의 한 공항에 착륙했다.

납치 행위가 진행 중인지 여전히 확실치 않았지만 캐나다의 기마 경찰은 총을 빼들고 비행기로 올랐다.

그러나 결국 이 공중납치 신호는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항공과 연방항공청은 조종사와 항공교통관제센터 사이에서 일어난 단순한 오해가 이날 일찍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비약된 것이라고 말했다.

알래스카 주지사의 대변인은 "9·11 테러가 일어났던 날엔 누구도 이런 일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에피소드는 동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우리 모두가 공포에 떨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WASHINGTON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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