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협, 회장선거 앞두고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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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국내 양대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가 회장 선거를 앞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이사회에 경찰이 출동하는가 하면 전임 회장 3명이 재선에 나선 현직 회장을 반대하는 편지를 돌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42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협은 직능단체 등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의 여성단체들을 대변해 왔다. 여협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은방희 현 회장과 고기효(한국통일여성협의회.이하 통협)씨를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김경오 전 여협 회장과 노숙령 여협 부회장도 출마했으나 탈락했다. 차기 회장은 18일 총회에서 은회장과 고씨를 놓고 대의원 투표로 최종 선출한다.

이사회의 소동은 통협의 합법적 대표를 주장하는 사람이 둘인 데서 비롯됐다. 고씨가 최근 자체 선거에서 통협의 회장직을 상실했다는 논란이다. 이에 은회장.고씨측과 고씨를 반대하는 통협의 신임회장단 간에 시비가 생겼다. 은회장측이 통협의 신임회장단을 회의장 밖으로 나가게 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부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성과 욕설.몸싸움까지 빚어졌다.

후보에서 탈락한 노부회장은 "은회장이 지난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총회의 최종 투표 때 경쟁 후보를 사퇴시키는 편법을 사용하기 위해 고씨를 옹호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은회장은 "통협 신임회장단을 인정할 수 없는 상태인 데다 그들이 이사회장을 한시간 정도 점거 방해해 퇴장시켰다"고 말했다. 또 고씨는 "최종 투표에서 마지막까지 선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연숙(한나라당).최영희(민주당)의원, 김경오씨 등 전직 여협 회장 3명은 13일 대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은회장의 리더십 때문에 여협의 위상이 흔들리고 여성계 인사들이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회장의 독선 때문에 지난 2년10개월간 17명의 직원 중 연인원 18명이 여협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회장은 "7명의 직원들이 연봉제 실시를 앞두고 적잖은 퇴직금을 받거나 대학원 진학을 위해 여협을 떠났을 뿐"이라고 응답했다.

또 은회장을 반대하는 대의원측에서는 여성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여협이 일부 직원을 비정규직화한 반면 회장은 판공비로 연 2천5백만원을 사용하고 운전기사까지 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은회장은 "경영합리화를 위해 연봉제를 실시했고 기부금 조성을 위해 판공비를 사용했을 뿐 개인적 용도로는 한푼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협의 진로가 주목된다.

문경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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