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포괄수가제인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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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포괄수가제와 관련된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최근 노 회장은 자신의 SNS에 A병원 외과 전공의가 보낸 포괄수가제 관련 제보라며 해당 내용을 올렸다.

내용에 따르면 지난 13일 A병원 소아과에 입원한 복통 환아에 대한 협진 의뢰가 외과에 들어왔다. 환아는 2박 3일 동안 각종 검사를 시행해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마지막으로 시행한 APCT에서 충수결석을 동반한 충수염(맹장염)이 발견됐다. 그에 대한 수술을 의뢰한 것.

당시 환아는 배에 압통이 있었고 열은 없는 상태였다. 시간이 늦었고 금식인 관계로 다음 날 수술을 진행하고자 보호자에게 환아의 상태를 설명하고 수술 동의를 받았다.

문제는 다음 날에 발생했다. 충수염의 상병의 들어가자 소아과에서 했던 모든 검사와 처치가 포괄수가제로 한 번에 묶이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는 환아를 퇴원시키고 다음 날 재입원할 것을 권유했다. 결국 환아는 충수염 진단 3일 후에야 수술을 받고 무사히 퇴원했다.

해당 전공의는 “원칙적으로 병원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전과해 바로 수술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병원 측의 경영마인드 앞에서 그런 양심은 모두 사치”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를 위한 포괄수가제이며, 의사로서의 진료란 게 이런 것인가”라며 씁쓸함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응급진료, 타과 진료의 경우, 수술 시작 전까지 행위별 수가 적용 후 수술 시작부터 포괄수가제로 묶어야 한다. 안 그러면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녀야 하고 응급 수술이 미뤄지는 일이 비일비재 할 것”, “병원 원무과가 잘못했다. 이런 경우 소아과에 입원해 발생한 수가는 행위별로, 외과로 전과한 부분은 포괄수가제로 청구할 수 있다”, “의사들이 이렇게 반대를 해도, 나중에 문제 생기면 정부에서는 의사 탓으로 몰고 갈 것이다”, “결국 이 나라는 몇 명 죽어야 바뀔 것. 아프지 않도록 서로 조심하자” 등 포괄수가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이렇게 포괄수가제에 대한 많은 제보를 해 달라”며 “전공의들이 잘못된 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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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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