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한 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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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몇년전에「체코」의작가「얀·도르다」가 『소리없는「바리케이드」』란 단편집을 내놓는 일이 있다.
그 속에 나오는 한 주인공은 고등학교에서 「라틴」어와 희랍어를 가르치는 노교사다.
늘 때구정물이 나올듯이 허름한 옷차림을 한 이 늙은 곰보딱지 선생은 말끝마다『고원한 덕의에 의하면』 하면서 설교하는게버릇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웃음거리였다.
1942년 어느날 「나찌」점령하에서 온 「체코」 를 공포속에 휘몰아넣던 권력자 「하이드리히」가암살됐다. 「나찌」 의 헌병들은 계엄령을 펴고 그범인을 잡아내려안간힘을 다썼지만 허사였다. 드디어 보복으로 다수의 무고한「체코」 시민이 처형당하게된다.
『고원한 덕의』 선생의 반에서도 세학생이 이암살행위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끌려가서 총살된다.
선생들도 긴급 교원회의에 끌려가서 「체코」 매국정부에 대한 충성선서서에 서명하도록 강요 받는다.
이때 『고원한 덕의』 선생은 『나는 노인입니다. 인생을 다 산 놈이 이제와서 거짓을 할수는 없읍니다』면서 서명을 거부한다. 이때문에 선서서작성은 취소된다.
그 대신 이번에는 선생들이 각기 자기 담당교실에서 총살된 세소년을 비난하는 설교를 하도록강요받는다. 이때 『고속한 덕의』선생은 조용히 사표를 내놓는다.
깨끗한 소년들의 마음을 더럽히고 싶지않다면서. 『고원한 덕의』선생과 같은 사람이 살아 있는 한은, 「체코」 에선 어느 때에나 자유의 등불은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을도「도르다」는 자랑스럽게 이 한소품을통해서 외치려 했었다. 『고원한 덕의』 선생과 같은 사람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가 이작품을 썼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21일 「체코」 의 한 청년이 반소시위도중 『무릎을 꿇고사느니보다 고개를 들고 죽는게낫다』면서분신자살했다. 『고원한 덕의』선생의 제자들이아직도 「체코」에는 많은가 보다.
그러나 교원회의에서 『고원한 덕의』 선생을 규탄할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거짓 선서서에 서명할 사람들도 많을것이다. 오히려 이들의수효가 더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체코」 에서의 얘기만도아니다. 이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들어주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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