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탐사권 내각서 黨으로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내각(옛 정무원)에서 주관해 오던 원유탐사 및 시추 업무를 당으로 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관계자는 13일 "북한은 지난해 초 내각의 원유공업총국을 당 군수공업부(부장 全炳浩)로 이관했다"면서 "이는 이 사업을 당 차원에서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조치는 1998년 이후 캐나다.일본.이탈리아 등 외국업체들이 탐사활동을 벌인 결과 함경도와 평안남도 일대에 매장된 원유가 경제성이 높다는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북한의 함경북도 온성군 종성노동자구 일대와 함경남도 허천군 상농노동자구 일대에서 지난해 11월 유징(油徵:지하에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징후)이 발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북한에 현대적 시추설비와 기술 반입이 어려운 현실에서 당 군수공업부가 원유 관련 업무를 챙기는 것은 대대적인 군(軍)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미국 조지아대의 박한식(朴漢植) 명예교수도 지난해 말 본사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탈리아의 한 회사가 탐사한 결과 북한에 상당량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밝혀진 것으로 안다"며 "북한은 원유 생산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뤄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유개발을 위해 시추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은 간간이 흘러 나왔으나 부서 개편을 통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65년 8월 원유 생산을 위한 지질탐사를 시작한 이래 관련 업무를 내각에서 관장해 왔다. 93년 7월에는 원유탐사총국을 옛 정무원 산하의 원유공업부로 승격시켜 원유개발 의지를 본격화했다.

남성욱(南成旭.고려대 북한학과)교수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당에서 원유사업을 챙긴 것은 미국의 중유 공급 중단 등에 대비, 원유를 자급자족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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