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칵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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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령 대법원판사에다 실업가를 섞고 그리고 여기에 또 「텔리비젼」해설자, 신교육위원, 여대학생처장들을 뒤섞어가며 알맞게 간을 맞춘다. 그러면 누구의 입에나 맞는 그럴듯한「칵테일」이 생길 것이다. 이를 양식 「칵테일」이라고 명명해도 좋다.
상식으로는 「사필귀정」이니 악은 끝내 패하기 마련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을때가 많다.
춘추시대에 도척이라는 도적이 있었다. 수천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전국을 누비며 온갖 나쁜 짓은 다했어도 아무 탈없이 천수를 다할수 있었다.
그런 그는 평소에, 자기가 강도질을 할때 먼저들어가는 것은 「용」이고, 맨나중에 나오는것은 「의」라고까지 호언장담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사람이 이처럼 안팎이 다를수는 없다하겠다. 그러나 도척자신만은 자기말을 그대로 믿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럴때에는 「양식칵테일」이 자기 입에 맞느냐 안맞느냐로 판가름하는 것이 제일 손쉬운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같은 「칵테일」이라도 그 배합이 다르다고 우긴다면 어쩔도리가 없게된다. 이때에는 두개의 「양식」이 맞서기마련이다.
이번 보성지역 일부재선의 결과를 보고 사필귀정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또 양쪽에서 모두 개헌에대한 유권자들의 엄정한 심판의 결과라고 서로 유리한 해석을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다만 한가지, 양측이 모두 일치하고 있는것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자세와 선거가 곧 국민의 의사를 그대로반영하기마련이라는 신념이다. 적어도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이다. 국민으로서는 제발이런 자세와 신념만은 꾸준히가꿔나가줬으면하는마음이간절해진다.
그것은 어느 해석이 옳든간에 반드시 사필귀정이 되지않는 정치풍토속에서 그래도 이따금 사필귀정이 있어야, 정마로 양식의 「칵테일」이 누구의 입에나 맞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살맛도 나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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