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헬스·건강도시 연구 … 고령화 문제 해결 한국이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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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주목 받고 있다. 풍부한 사회경험과 신체적 건강을 바탕으로 여가·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신 노년층이다. 의·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노년기 역시 30년 이상으로 크게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에는 노인 관련 학회인 세계 노년학·노인의학(IAGG)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그만큼 노년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IAGG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노인 관련 종합 학술대회다. 올림픽처럼 4년 마다 한 번씩 세계 노년학 석학이 모여 인구고령화 해결방안과 연구성과를 발표한다. 지난달 27일 IAGG 서울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세계 노년·노인의학회 차흥봉 회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국제기구인 UN과 WHO에 노인 정책을 조언한다. 국내 노인 정책도 자세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차 회장은 “한국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고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기존 노인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하고 생활밀접도가 높은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 2000년에 노인인구 비율이 7.2%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이후 불과 10여 년 만에 노인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뛰면서 고령사회로 진행 중이다. 프랑스·미국·일본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다. 차 회장은 “이런 속도라면 2050년에는 10명중 3~4명이 노인인 사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년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생긴 변화도 있다. 의학·사회·경제적으로 인구고령화와 노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 활발해졌다. 선봉은 한국이다. 안티에이징부터 모바일 헬스, 고령친화 건강도시, 노인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인구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노년학 연구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개선한다. 차 회장은 “노인을 잘 돌보면 된다는 생각은 비용부담만 높인다”며 “개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신체·정신적 노화를 재촉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보다는 사회 활동 참여를 돕는 것이 효과적이다. 질병을 앓기 전에 예방적으로 건강관리를 돕는 식이다. 의료비 부담을 줄이면서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차 회장은 “육체적으로 건강하면 노년기에도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IAGG에서 ‘디지털 고령화’를 주제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화 사회로 진입했다. 하지만 노인은 상대적으로 IT 적응력이 떨어져 정보에 어두울 수 있다. 그는 “사회에 참여할 기회도 같이 사라지는 셈”이라며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과 의료서비스를 접목한 경우도 있다. 모바일 헬스다. 스마트폰으로 혈당측정기·초음파·심전도 등을 연결해 노인의 건강상태를 점검·관리한다. 국내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차 회장은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혈당 측정 결과를 병원으로 전송하고 운동·식사·병원 방문을 조언했더니 환자 혈당 조절 효과가 컸다. 병원에 방문하는 횟수를 줄여 의료비를 절감한다”고 말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차 회장은 “노인은 ‘짐’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관련 전문가를 육성하면 인구고령화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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