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남보다 성장 속도 빠르다면 성조숙증 의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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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왼쪽)이 아이들에게 성조숙증을 치료하고 성장을 돕는 한약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하이키한의원]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치료받은 만 5~14세 어린이는 2006년 6400명에서 2010년 2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여아가 약 93%를 차지한다. 성조숙증이 있으면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게 문제다. 결국 성인이 됐을 때 예상 키가 작아진다. 성조숙증을 조기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비만·스트레스 성호르몬 분비 늘려 위험↑

성조숙증이 있으면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잘 자라고, 나중에 키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어린이 성장치료 전문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대표원장은 “성조숙증이 있고, 초경이 일찍 시작하면 키 크는 기간이 단축된다”며 “성인이 됐을 때 예상 키보다 5~6㎝ 작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아이의 성인 키는 엄마·아빠의 평균 키에 남아는 6.5㎝를 더하고 여아는 6.5㎝를 빼면 예측할 수 있다. 생활습관과 엄마·아빠 중 누구를 더 닮느냐에 따라 ±5㎝의 편차가 있다.

 성조숙증은 대부분 과도한 성호르몬 분비로 발생한다. 박 원장은 “성호르몬 문제는 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 같은 고지방식에 따른 비만과 스트레스·환경호르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1997년 5.8%에서 2010년 10.9%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뇌·중추신경계가 손상을 입어도 발생할 수 있다.

인진쑥·율무, 성호르몬 유발하는 지방 분해

아이의 성조숙증을 파악하기 위해선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여아는 만 8세 전에 가슴과 음모가 발달하고, 만 10세 전에 초경을 한다. 남아는 만 9세 전에 고환이 커지고 음모가 관찰된다. 부모 키가 크지 않은데 아이가 만 5~6세 때 평균보다 3~4㎝ 더 웃자라도 성조숙증을 의심한다.

 최근 한의학적 방법이 성조숙증 치료에 효과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이키한의원은 인진쑥·율무·강황 등 10여 종의 한약과 자체 개발한 성장촉진 신물질(KI-180)을 처방한 ‘조경성장탕’의 치료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하이키한의원은 2005년 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성조숙증으로 1년 이상 치료받은 소아청소년 764명(여아 602명, 남아 162명)을 분석했다. 여아의 평균키는 133.3㎝, 나이는 만9세 4개월이었다. 남아의 평균 키는 142.8㎝, 나이는 만 11세 8개월이다.

 하이키한의원은 764명에게 조경성장탕을 처방했다. 박 원장은 “그 결과 성조숙증에 영향을 주는 성호르몬 분비가 줄고 성장호르몬은 증가했다”며 “여아는 초경을 1년 이상 지연해 평균 7.3㎝ 자라고 남아는 8.6㎝ 컸다”고 설명했다.

 하이키한의원에 따르면 여아의 초경 시기를 결정짓는 에스트라디올 여성호르몬(E2)은 치료 전 18.53pg/㎖에서 치료 후 32.12pg/㎖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난포자극호르몬(FSH)도 3.06mIU/㎖에서 4.25mIU/㎖로 조금 늘었다. 남아의 테스토스테론 남성호르몬은 0.91ng/㎖에서 2.3ng/㎖로 느는데 그쳤다.

반면 아이의 성장호르몬 분비는 약 34% 증가했다. 박 원장은 “조경성장탕에 사용하는 인진쑥·율무는 성호르몬 원료인 지방을 분해하고 콜레스테롤을 줄인다”며 “강황은 막힌 기운을 뚫어줘 아이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성장촉진 천연 한방신물질 KI-180는 하이키한의원과 한국식품연구원이 공동 개발했다. KI-180은 동의보감을 근거로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가시오가피·두충·천마 등 20종의 한약재 추출물로 만들었다. 이 한약재들은 한의학에서 근골격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맞춤 한약 치료는 성호르몬을 억제하면서 성장호르몬 분비를 늘려 성조숙증 치료를 돕는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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