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의 공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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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의원 1백22명의 연서로 국회사무처에 접수된 헌법 개정안은 국회본회의에의 보고 없이 국회의장에 의해 지난 9일 정부로 직송되고, 대통령은 국무위원의 연서를 얻어 곧 이를 공고하였다.
공고된 헌법 개정안은 1개월의 공고 기일 후에 국회에서 의결하고, 국회에서 재적 3분의2의 찬성을 얻으면 국민 투표에 회부하게 되는데, 헌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과 의결 절차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로 개정안이 국회에 보고되지 않고 정부에 직송되어진 경우의 법적 효력이 문제된다.
공화당은 개정안을 서면 보고로 대신하고 정부에 직송할 수 있다고 보고, 본회의에의 보고는 개정안 발의의 필요 불가결의 요건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신민당은 지난날의 관례와는 달리 본회의에의 보고를 생략한 채 정부에 직송한다는 것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하여 발의 무효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한다. 이에 대한 학설도 구구한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개헌안의 제안은 국회법 제73조에 따라 의장에게 발의 제출만 하면 된다는 견해와 제74조에 따라 국회에 의장이 보고하여야만 본회의에 부할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되어 있다.
국회사무처 당국의 유권적 해석으론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 보고된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으면 발의가 안된다는 의견 제시가 앞서 있었다. 신민당이 이 문제를 법원에 소로써 다루는 경우, 법원은 의원의 자율적 권한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회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로 이렇게 해서 직송된 개정안의 공고가 유효한가가 문제된다.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의하면, 헌법 개정안의 공고는 국회 발의거나 국민 발의거나를 물론하고 발의 요건인 「국회의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 또는 국회의원 선거권자 50만인 이상의 찬성을 얻은 뜻」만 기술하면 되는 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직송 여부는 문제가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
문리 해석의 경우, 국민 발의의 경우나 국회 발의의 경우, 직접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제안해도 되는 것처럼 해석할 여지조차 주고 있으나 헌법 개정은 국회의 의결을 요하기 때문에 국회에 제안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인 듯하다. 신민당이 개헌 발의의 원인 무효를 이유로 개헌안 공고 무효의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법원은 당사자 적격과 소의 이익의 문제로 판단을 회피할 것만 같다.
세째로, 개헌안을 수정 통과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제안된 개헌안을 보면 헌법 69조3항을 고쳐 『대통령의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고 했으므로 12년 집권 후 4년 쉬었다가, 다시 12년 집권할 수도 있게 되었으나, 만약에 임기를 3개월 앞두고 사임한 뒤 다시 출마할 수 있을는지 명백하지 않다. 만약에 이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면 차라리 이 조항을 고쳐 중임 제한 규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인바 이것이 가능한가가 문제된다.
또 개헌안은 36조2항의 국회의원의 수를 2백50인까지로 늘릴 구상을 하고 있는데 이를 보다 더 합리적으로 4백명까지 늘리고 부칙 8조를 고쳐 국토 통일시까지의 국회의원 정수는 2백50인 이하로 한다고 수정 의결 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발췌 개헌의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다수설은 이에 부정적인 바, 제안된 개헌안에는 수정의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네째로 국민 투표에 관한 절차법이 없는 데도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가 문제된다.
여당은 62년의 국민 투표법을 개정 시행할 것이라 하나 이는 제l조에서 『국가 재건 비상 조치법 제9조의 규정에 의한 국민 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려는데에 그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시법이요, 이미 사문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이 당시에는 정치 활동이 일절 금지되어 있었기에 의전 행위에 대한 제한이 없었고, 헌법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없었기에 국민투표관리위원회를 두었으며, 또 투표인 명부도 특별히 작성하였던 것이므로 현재의 여건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여당에서는 개헌안 발의에 앞서서 국회법이나 국민투표법 등을 제정 내지 개정함으로써 개헌안의 제안과 투표에 합법성을 부여하였어야 할 것이었다. 앞으로도 개헌 문제가 없다고는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기회에 국회법에 개헌 절차를 규정하고 외국의 법제와 같이 국회 규칙에도 이를 반영하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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